인구 미래 공존
조영태 지음/북스톤 펴냄
한 마을을 떠올려 본다. 요즘 시골 어느 마을에 가도 서너 집 건너 한 집은 빈집이다. 어린이 뛰노는 모습도, 거리를 오가는 인적도 끊긴지 오래다. 마을을 지키는 주민은 70·80 어르신들이다. 그 마을의 자리에 국가를 갖다 놓으면 머지 않는 미래 한국의 모습이다. 인구감소가 얼마나 황량한 현상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역대 어느 정부도 인구감소를 초래한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0조원이나 투입했는데도 말이다. 인구감소는 과연 숙명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책은 국내 인구학계의 권위자인 서울대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자 해법이다. 2020년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 총인구가 줄어든 해다. 이를 인구학에서는 '데드 크로스'라고 한다. 인구감소는 가속화돼 2050년쯤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매년 40만~57만 명씩 줄어든다. 2년에 100만 명씩 인구가 증발하는 것이다. 30년 후인 그때 태어날 아이의 수는 최근 태어난 여아의 수로 결정되는데, 작년 태어난 아이가 총 27만2000명 이었으니 14만 명쯤 될 것이다.
저자는 2030년까지 앞으로 남은 10년이 인구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시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처럼 또 별 효과도 없는 정책에 의존해 흘려보낼 수는 없다. 인구감소라는 큰 물줄기를 되돌리기 힘들다면, 그 속도를 늦추고 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기회 요소로 삼을 수는 없는지 심려, 분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크게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조급해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인구가 2030년까지는 급격하게 줄지 않는다. 그때까지 인구감소에 따른 영향을 정밀하게 예측,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안이하게 대처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는 저출산·고령화 이슈에 대응은 했지만 심각성에 대한 각성은 없었다. 셋째, 함께 고민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성에게 무조건 아이를 더 낳으라거나 노인들에게 더 일하라고 하는 등 누군가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령 총인구는 감소해도 가구는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회요소다. 기업들이 걱정만 하지 말고 이 기회를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회를 포착하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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