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등 세계 1등 솔루션 도입 그룹 전체 디지털 전환도 추진 MS와 폭넓은 협력 큰 자산돼 "디지털 전환 경험 전수할 것"
두산퓨얼셀이 연료전지 주기기 114대를 공급한 대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두산그룹이 친환경과 디지털 기술을 키워드로 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키워드로 중공업·기계 등 핵심 사업 혁신과 로봇·드론 등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가운데, 그동안 내부에서 축적한 경험과 솔루션을 기반으로 대외 IT사업을 본격화한다. 조직부터 문화, 일하는 방식을 아우르는 디지털 혁신경험을 외부에 전수하고, 글로벌 1등 솔루션 기업들과 협업해 만든 변화사례와 자체 솔루션을 결합해 기술혁신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인영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디지털서비스본부장(상무)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올해는 DDI에 대외사업 확대를 위한 전환기"라면서 "지난 10년간 그룹 내부 전환에 집중하면서 ERP(전사적자원관리), SCM(공급망관리), PLM(제품라이프사이클관리) 분야 세계 1등 솔루션을 도입하고, 3년 전부터 그룹 전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쌓은 문화부터 일하는 방식 변화, 클라우드 도입 경험을 다른 기업들에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임 상무는 DDI(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BU) 디지털서비스본부장으로, 그룹 내·외부 디지털 혁신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DDI는 국내와 미국·유럽·중국 법인, 체코 지사 등에 약 800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두산은 그룹 차원의 강력한 혁신 리더십을 통해 장기 투자 로드맵을 세우고 기술과 문화, 조직을 성공적으로 혁신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7년 그룹 디지털 혁신 컨트롤타워인 'CDO(최고디지털혁신조직)'를 신설하고, DDI를 통해 실행을 추진해 왔다. 올해 들어 CDO를 HOD(Head Of Digitalization) 조직으로 개편하고 박석원 DDI 대표(부사장)를 중심으로 내·외부 사업을 병행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두산그룹의 디지털 혁신전략은 '클라우드 퍼스트'와 '글로벌 1등 기업과의 화학적 협력'으로 요약된다.
임 상무는 "두산그룹의 핵심 DNA는 '오픈'과 '높은 혁신 수용성'이다. 직접 개발보다 외부의 1등 솔루션을 도입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글로벌 확장과 협업에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면서 "MS, SAP, 아마존, 다쏘시스템 등 세계 1등 기업의 솔루션을 쓰면서 단순한 사용자에 그치지 않고 공동으로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는 협업을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오픈 코어 이노베이션' 활동을 통해, MS와 SAP 솔루션을 연계해 SAP 인사관리 솔루션을 MS 팀즈에 임베디드 시키고, 두산중공업의 보일러 최적화 모니터링 시스템을 MS와 같이 개발하는 등 글로벌 솔루션 기업들의 파트너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MS와는 2016년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오피스·협업 서비스 'M365'를 도입한 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협력을 하고 있다.
임 상무는 "클라우드는 장점이 많지만 보안 측면에서 두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두산그룹은 임직원의 60%가 해외에 있고, 해외 계열사의 클라우드 전환 요구가 많아 해외부터 M365 클라우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1GB였던 이메일 사서함 용량이 100GB로 100배 늘어나는 등 다양한 장점을 경험한 후 한국 계열사로 확산했다.
임 상무는 "클라우드 전환 과정에서 보안, 속도 등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지만 비용절감부터 일하는 방식 변화, 협업에 이르기까지 큰 효과를 봤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 4만여 명의 직원이 협업과 보안의 문제 없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VPN(가상사설망)과 VDI(가상데스크톱)를 활용하고, 그룹 보안체계와 MS 보안체계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보안으로 보안 리스크를 없앴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굴뚝 기업이란 이미지와 달리 각 계열사의 업무와 소통방식도 달라졌다. DDI는 박석원 대표가 주관하는 타운홀 미팅도 8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팀즈에서 진행한다. 60%에 달하는 해외 직원들도 함께 참여하고, 자유롭게 채팅창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두산중공업은 협력사들과도 팀즈 소통으로 비대면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임 상무는 "임원부터 팀장, 일반사원까지 메신저로 대화를 하고 어디서나 화상회의로 소통을 할 뿐 아니라 셀프서비스 BI(비즈니스인텔리전스) 툴인 'MS 파워BI'를 이용해 현업 업무담당자가 손쉽게 데이터를 시각화해 업무에 활용한다"면서 "두산중공업은 테라바이트급 문서를 생산·관리해야 하는 해외 프로젝트에 전용 스토리지 대신 셰어포인트, 원드라이브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비용과 관리부담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절감한 비용은 자체 솔루션 개발에 투입해 IT 소비자에서 프로슈머, 나아가 솔루션 공급사로 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DDI는 그룹의 혁신조직으로, 보안, 네트워크 등의 기술적 검토와 시스템 전환을 담당하는 동시에 각 계열사에 파워유저를 양성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현장에서 안착하도록 뒷받침했다.
DDI는 이 경험을 토대로 국내 주요 식품기업, 중공업기업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M365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까지 함께 바꾼 사례를 찾아 DDI 측에 지원을 요청한다.
임 상무는 "단순히 솔루션 버전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 혁신이 핵심이고, IT조직의 역할도 기술 개발과 매뉴얼 배포로 끝나서는 안 되고 끊임 없는 문화 컨설팅과 변화관리에 있음을 전수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함께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를 디지털 혁신의 핵심 비전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일러부터 굴삭기, 지게차 등 전통산업에 AI(인공지능)와 데이터를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예를 들어 지게차의 경우 정비, 부품교체, 유지관리 등에 IT를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무인화·지능화·전동화를 통해 스마트 장비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두산은 수소드론, 협동로봇도 신사업으로 투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대형 중장비 운영에 필요한 SW를 부수적으로 제공하던 것에서 이제 SW 사업을 직접 한다.
두산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그룹 전체 데이터센터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1단계 전환 완료했다. 경기 수지와 경남 창원 자체 데이터센터는 일부 예외 시스템을 제외한 80% 이상을 클라우드로 옮겼다. DDI는 내년까지 그룹 클라우드 전환을 마치고 클라우드 대외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임 상무는 "대기업 규모의 전체 클라우드 이전을 경험한 만큼 기존 MSP(클라우드 관리서비스 기업)가 주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막 열리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클라우드 컨설팅부터 실행까지 파트너가 돼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