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이 짊어진 부채가 545조원에 육박했다. 전년보다 약 18조원 늘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하면 약 50조원 불어난 것이다. 2013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시행한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던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하면서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 총합은 544조8000억원으로 전년(526조9000억원)보다 17조9000억원(3.4%)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495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49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공공기관 부채가 지난해 국가채무(819조200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는 2005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정책금융지원 차원의 대출로 부채가 늘어난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347곳 공공기관 중 부채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전력공사다. 전년 대비 3조8000억원 늘어난 13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폭으로도 가장 크다. 코로나19로 연료비가 하락해 흑자 실적을 달성하고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불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내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규모는 한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LH 부채는 전년 대비 3조650억원 늘어난 129조745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전과 LH처럼 공공기관 부채의 대부분은 에너지·SOC 등 정부의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탈원전·신재생에너지 등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비용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물가 인상 우려로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고스란히 빚으로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공공기관의 부채현황과 재무건전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전기·가스·수도·철도·도로 등 5가지 공공요금 사업을 수행하는 한전 및 한국철도공사 등의 부채가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공공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5년간(2015~2019년) 철도공사, 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평균 원가보상률은 각각 82.46%, 87.82%, 86.76%로 총괄원가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정부가 공공서비스 요금을 원가 이하로 강제하는 것은 효율적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공공요금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채무에 이어 공공기관 부채까지 늘어나면서 나라의 재정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지방정부 부채에 공기업(금융공기업 제외) 빚까지 더한 공공 부문 부채(D3)는 2019년 기준 1132조6000억원에 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공적 기능이 더욱 강조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투자, SOC 기반시설 확충 등 공공사업 추진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부채가 증가했다"면서도 "최근 8년 연속 경영실적 흑자를 달성하고, 자본대비 부채비율도 150%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통해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유지·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