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당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지만, 일본 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외교부 당국자에 의하면 한일 외교 당국은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기간 내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였으나, 결국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당국자는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문 대통령이 영국, EU(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참가국 정상과 별도로 양자회담을 개최한 것도 큰 외교적 성과"라면서도 "그러나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측은 처음부터 열린 자세로 일본측의 호응을 기대했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측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이유로 당초 실무차원에서 잠정 합의했던 약식회담마저 끝내 응해 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SNS에서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말한 '회담'이 이어지지 못한 원인이 일본 측에 있다는 것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을 보면 스가 총리는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스가 총리는 영국 콘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강제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환경은 없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공을 문 대통령에게 넘겼다.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문제를 확실히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스가 정권이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낮은 지지율에 지지층을 결집할 요인으로 한국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올림픽을 앞두고 한·일 간 여러 가지 해결할 일이 있는데, 그 안에서 새로운 걸림돌을 만들어내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다자회의의 특성상 시간과 장소를 미리 조율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담의 실제 진행 여부는 처음부터 불투명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스가 총리가 자국 기자들에게 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관계를 고려해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임재섭기자 yjs@dt.co.kr

문재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 중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루는 확대회의 3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함께 앉아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 중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루는 확대회의 3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함께 앉아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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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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