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기 위해 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김희정 옮김/부키 펴냄


세상의 위험한 편견 중 하나는 열심히 일하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편견이다. 책은 그게 아니라고 한다. 세상엔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다수 가난한 이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심지어 요즘은 중산층마저 빈곤으로 하강하는 경로를 이탈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 얘기지만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책의 저자는 체험형 글쓰기로 유명한 작가다.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이나 가정집 청소부, 창고형 할인마트 점원 등으로 위장 취업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3년을 일한 후, 그 경험을 담아 2001년 내놓은 책 '노동의 배신'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 작가는 가난하기에 더 돈이 많이 들고, 그래서 더 일해야 하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쳇바퀴'를 현장 중계하듯 보여줬다.

작가는 살아 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저소득층의 현실을 생생하게 중계하면서 그들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독자의 관심을 촉구했다. 가난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누리는 안락함은 그들의 희생 위에 지어진 것이라며 그들과 내가 연결돼 있다는 인식의 확장을 요구했다. 작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가치사슬위계를 분석하거나 사회구조적 문제점을 얘기하기보다는 현장의 몰인간성과 비참함을 고발함으로써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감성에 호소했다.

책은 '노동의 배신' 출간 전후로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35년 동안 체험형 글쓰기로 가난, 차별, 소외에 대해 고민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저자는 불법 이민자에 관해 이야기할 땐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거대한 장벽 앞에 있었고,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의 민낯을 논할 땐 모욕감을 견뎌가며 복지수혜자 줄에 서있었다.

책에 나온 사건과 상황이 모두 실재했던 것들이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의 노고를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구조적 논리적 접근이 아닌 감성적 상황적 접근으로 인해 저자가 제기하는 가난, 불평등,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모색은 겉돈다. 하지만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참여해 목청을 높였던 저자의 '현장참여 열정'은 본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