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공급망 보고서 공개
삼성전자 170억달러 투자 언급
韓 74회·日 85회·대만 84회 등장
동맹국과 첨단기술 협력에 방점
예산 풀리면 투자 급물살 탈 듯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 품목의 공급망 강화에 나서면서, 주요 동맹의 핵심 정부 당국자와 민간 분야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자국 내 투자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내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며 삼성전자의 170억 달러(약 20조원) 투자를 직접 언급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제시한 일자리 계획에 담긴 예산과 각종 제도 인센티브를 앞세워 자국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동맹국 기업의 자국 투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상원의회도 반도체 등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중점 산업 기술 개발과 생산에 2500억 달러(약 280조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혁신 경쟁법'을 통과시키며 바이든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법 통과에 따라 미국 정부는 향후 5년간 1900억 달러(210조원)를 첨단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이 가운데 540억 달러(60조원)는 반도체에 특정해 집행하고, 자동차 부품용 반도체 개발에도 20억 달러(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이와 함께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터리 부문에는 미국 내 공급망 개발을 위한 10년짜리 계획을 수립하기로 하고, 이달 말 부문별 대표가 참석하는 '배터리 라운드 테이블'을 열 계획이다.

희토류의 경우 국제 투자 프로젝트 확대 등으로 미국 내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제약·바이오 육성을 위해 50~100종의 필수 의약품에 대한 자국 내 생산을 위해 정부 주도로 민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와 배터리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강국이고,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만 TSMC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전기차용 배터리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강이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다. 이번 보고서에 일본(85회), 대만(84회)와 함께 한국(74회)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 것 역시 미국 정부가 한국을 주요 동맹국의 한 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전략에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들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바이오, 첨단소재 등에서 44조원 이상(약 400억 달러)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정부의 노골적인 지원을 앞세워 성장 중인 중국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견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 배터리 산업은 2016년까지는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자국 업체를 지원하고 한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의 보조금 지급을 배제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해 세계 1위 자리까지 올라갔다.

다만 아직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투자 압박이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17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내놓은 삼성전자가 아직 공장 건설 지역 등을 정하지 못한 이유 역시 시장 수요와 현지 주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의 등이 아직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미국 상원의회에서 '미국 혁신 경쟁법'이 통과됨에 따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인센티브의 경우 주정부 뿐 아니라 연방정부의 비중이 상당한데,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받지 못해 결정을 못 내렸던 것이 현실"이라며 "연방정부 예산이 본격적으로 풀리면 미국 투자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정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