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조사 안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민주당처럼 권익위 조사 받아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정국 돌파하는 한 가지 방법”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 여론 압박이 거세지면서 국민의힘이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전현희 국가권익위원장이 여당 출신 정치인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권익위 조사 대신 '감사원 조사'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감사원이 국회의원을 감사할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3권 분립' 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부동산 투기 조사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은 권익위 조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감사원법 24조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직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 역시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는 감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9일 "민주당은 내년 대선 전에 부동산 투기 의혹을 '털고 가야한다'는 국민 기대에 부응했다고 본다"며 "이제는 그 화살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갔고, 공직자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 공분이 일었기 때문에 의원 전수 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국민의힘에서 권익위가 싫다면 제3의 단체에 조사를 의뢰하든지, 차선책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과 동일하게 권익위 조사를 받은 뒤 의혹을 털고 가는 게 현재로선 제일 확실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생각보다 과감하게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에 나섰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먼저 매를 맞고, 상대방에 더 큰 매를 넘기는 것"이라며 "어쩌면 계산된 수"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권익위원장이 여당 출신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국민 여론을 고려해 권익위 조사를 받아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정국을 돌파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수조사를 두고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한 정치권 압박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권분립 원칙상 행정부 소속의 감사원이 입법부·사법부 공무원을 감찰하는 건 헌법 위반"이라며 "감사원법 상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지 말고, 권익위에 요청하시라"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감사원 조사 방침은)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본다"며 "직무 권한이 뻔히 없는 걸 알면서도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을 비롯해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은 이날 오후 권익위에 국회의원 재산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