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콘텐츠 전송은 통신사 ISP 의무
전송료 낼 필요없다… 접속료만 지불할 것"
SKB "접속-전송 현행법상 분리할 수 없어
트래픽 3년새 30배 증가… 무임승차 부당"
망 이용대가 내지 않아 해외 대형 CP만 혜택
네이버·왓챠 등 토종콘텐츠와 형평성 문제도

국내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인 SK브로드밴드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룡인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 소송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년여 이상을 끌어온 양측 간 공방은, 오는 25일 1심 판결을 앞두고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 4일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신청하면서 최종 선고일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글로벌 CP(콘텐츠제공사업자)와 국내 통신사간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중요 '이정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IT 업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넷플릭스 "접속료는 'OK' 전송료는 'NO'"=양측의 법적공방은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망 이용대가 협상 중재 신청을 넷플릭스가 무시하고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콘텐츠 업체인 넷플릭스가 ISP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여부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본원칙에 따르면 망 이용대가는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 콘텐츠 전송은 통신사인ISP의 의무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접속료만 지불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도쿄 OCA를 통해 캐시서버에 콘텐츠를 미리 업로드하고 이를 SK브로드밴드 망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때 미국 시애틀 AWS(아마존웹서비스) 서버에서 도쿄 OCA까지는 접속의 개념이고, 도쿄 OCA에서 SK브로드밴드가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은 전송에 해당한다는 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그 결과 OCA가 설치된 일본 통신사에는 접속료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만, SK브로드밴드에는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가 이미 이용자들로부터 비용을 걷고 있는 만큼, CP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과금'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접속과 전송은 현행법상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데이터 트래픽이 약 3년 만에 30배가량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고속도로에서도 경차와 덤프트럭의 통행료에 차이가 있는데 국제망 증설 등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정작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한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결국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는 것이다. 또 시장논리로 보면 최종 이용자에게 서비스가 전달된 이후까지도 회사가 품질을 보장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엇갈리는 망중립성 해석…"미국에서는 내면서, 국내서는 못낸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개념을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는 망중립성이 '모든 콘텐츠 사업자는 ISP의 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봤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망중립성은 ISP가 네트워크 상에서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지 콘텐츠를 무상으로 전달하라는 원칙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해외 ISP 간 망 이용대가 여부도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넷플릭스는 앞서 해외 어디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미국내 주요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한 해외에서는 오렌지 등에도 망 이용대가를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는 3차 변론에서 망 이용대가 지급 사례를 인정하면서도 "사적인 합의에 따른 비용 지급 사례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계약 사실은 인정하되 모두 사적인 합의에 따른 비용 지급 사례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이게 바로 망 이용대가"라면서 "모든 B2B(기업간거래) 거래는 양사 간 사적인 합의에 따른 거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넷플릭스의 주장대로 OCA가 ISP의 망 부하를 발생시키지 않았다면 미국이나 프랑스의 ISP가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넷플릭스는 OCA를 국내에 두면 트래픽의 절대 양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 이용대가 잣대될까…통신·인터넷 업계 '촉각'=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소송은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 주느냐가,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간 이용대가 협상에서 중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신·인터넷 업계가 이번 소송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연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해외 대형 CP의 국내 진출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통신사들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 카카오, 왓챠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얽혀 있다. 이들 국내 콘텐츠 업체들은 망 이용대가로 매년 수십 또는 수백억원을 통신사들에 지불하고 있다.

이는 해외 CP들이 망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뤄,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망 이용대가는 사업자 간 자율적인 협의 사항이지만 이용료를 전혀 내지 않는다면 기울어진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CP와 달리 해외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해외 사업자중 국내 ISP들과 계약을 맺고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페이스북의 경우도 또 다른 이슈로 부각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앞서 2019년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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