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이 2년 만에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한국 경영계를 대표해 연설했다. 손 회장은 세계 각국에 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노사 협력, 일의 방법에 대한 혁신, 고용으로 이어지는 투자 환경 조성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삭제 등이 필요하다고 노동계를 설득했다.
손 회장은 8일 제109차 ILO총회에 참석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역할'을 주제로 연설했다. 이번 총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 만에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손 회장은 연설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우리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며 "세계적으로 무려 2억5500만개 일자리가 증발하는 피해를 남겼다는 (ILO)사무총장 보고서는 그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ILO사무국은 세계 근로 시간이 2019년 말과 비교해 1년 동안 9%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2억5500만개의 정규직 일자리 손실과 맞먹는 숫자라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실업 문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4배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한국의 상황 역시 심각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취업자 수는 21만8000명이 줄어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며 "미래세대인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상태이며, 임시·일용직과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일자리가 많아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사 협력, 일의 방법에 대한 과감한 개혁, 신산업 인센티브 제공 등 투자환경 조성 등을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일의 세계에 있어서 사업방법의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의 방법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고 자유롭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자리를 잃고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아울러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비준 기탁한 ILO 핵심협약(29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에 대해 한국 경영계도 필요성을 공감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균형적인 제도 개선 없이 핵심협약이 발효될 경우 산업 현장과 노사관계에 혼란과 갈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조치가 필요하다"며 "ILO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존중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균형있게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총회는 지난달 20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이달 7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며, 세계 187개 회원국의 4000여 노사정 대표들이 참여해 코로나19 대응 문서 채택, 회원국 협약·권고 이행상황 점검, 회원국 사회보장 제도 개선 등의 의제에 대한 논의하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201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8차 ILO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경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