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유명 배우 마릴린 먼로, 영원한 조커 히스 레저 등 세계적으로 빛나던 유명인들이 약물로 인한 심장마비로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나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 몸에서 심장은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해 산소와 에너지를 제공함으로써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이다. 특히 심장은 우리 몸에서 하나뿐인 장기이고, 대부분 한번 손상되면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심장마비 환자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치사율이 95%이고 생존 후에도 뇌 손상 등으로 인한 영구적 장애가 남기도 한다.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지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도 약물의 부작용 또는 과오용으로 인한 심장독성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두려움이 크다.
매우 안타깝게도 약물에 의한 심장독성은 의약품들이 가지는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로 항생제, 항암제, 항히스타민제 등 광범위한 의약품들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신약개발에 있어서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1976년부터 2000년까지 심장독성으로 퇴출된 의약품을 보면 대부분 심전도의 QT 간격(심실의 흥분-이완을 나타내는 기간)을 연장시켜 치명적인 심부정맥을 유발했다. QT 간격의 연장은 심장세포막에 존재하는 hERG 이온채널(심실의 재분극에 관여하는 이온채널)의 억제로 인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아서, 2005년 국제 의약품 규제조화위원회(ICH)가 의약품의 심실 재분극 지연(QT 간격 연장)에 대한 비임상시험 가이드라인(ICH guideline S7B)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는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장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나, 아쉽게도 실험동물의 윤리적인 문제 및 종간 차이, 기존 시험법의 예측 부정확성으로 인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하기 전 독성 유발 잠재성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세포나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심장의 경우 간, 장, 폐와는 달리 장기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은 매우 드물게 시행되며, 그나마 얻게 되는 조직도 건강하지 않거나 세포 분리 및 배양의 어려움으로 독성평가에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10여 년간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장세포 분화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였고, 분화된 인간 심장세포를 이용하여 비임상 안전성 시험을 수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미국, 유럽, 일본의 규제기관 및 연구기관들을 주축으로 ICH 가이드라인 S7B의 개정을 목적으로 CiPA(Comprehensive in vitro Proarrhythmia Assay)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의약품의 심부정맥 유발 잠재성을 인간 심장세포에 존재하는 다중 이온채널 분석법(MICE) 및 인실리코(in silico) 모델링으로 예측하고, 이를 분화된 인간 심장세포를 활용한 전기생리학적 분석법으로 검증하는 전략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최근 3차원 세포 배양기술, 조직공학기술, 바이오프린팅 및 칩(Chip)기술 등이 접목되면서 기존의 2차원 세포배양모델보다 인체 장기 구조에 가까운 3차원 심장 조직 또는 미니장기(오가노이드) 모델 개발 연구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간과 같은 타장기 모델을 연계한 다중장기 모델(multi-organ model) 연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인간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심장 세포 및 오가노이드 모델의 경우, 스스로 박동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최근 개발된 비침습적인 다중전극판(MEA) 분석법을 이용하여 고효율로 전기신호 및 약물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이미징 기술의 발달로 칼슘 또는 전압 민감성 염색제를 이용하거나 수축-이완의 길이 차이를 분석하여 실제 심장의 기능에 대한 약물 영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의약품 독성평가 연구는 이미 기술의 진보가 급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도 비임상시험에서의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모델로서 인간 심장 오가노이드 개발을 비롯해 첨단 고속 스크리닝 및 이미징 분석기술을 이용한 심장독성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약물의 독성평가에 가장 중요한 장기로서의 심장을 좀 더 인체 모사적인 모델로 고도화하고, 표준화 및 상용화하는 연구를 통해 미래에는 '자신의 세포'로부터 만든 약물평가용 미니장기모델을 이용해 약물의 효능 및 부작용을 테스트하고 처방받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