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정치권에 '소득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 대결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소득'으로 합류했다.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논쟁이 뜨겁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복지후진국에선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노인 빈곤율 세계 최고, 노인자살률·청소년자살률 등 총자살률 세계 최고, 산업재해사망률 세계 최상위, 복지지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 가계소득 정부지원 세계 최하위, 가계부채율 세계 최상위, 국가부채율 세계 최하위, 조세(국민)부담률 OECD 평균 미달 등이 이 지사가 우리나라를 복지후진국이라고 칭한 이유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선진국이 맞지만, 복지만큼은 규모나 질에서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면서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의 첫 번째는 선별적인 복지제도보다 경제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40조원이나 쓴 2~4차 선별 현금지원(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보다 13조4000억에 불과한 1차 재난지원금의 경제효과나 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가 더 컸다"면서 "지역 화폐로 공평하게 지급해 소상공인 매출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심소득은 오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시한 공약이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연 소득과 중위소득 간 차액의 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 위촉식'을 열고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오 시장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기본원칙도 전혀 지키지 못한 선심성 현금살포의 포장에 불과하다"고 견제하면서 "안심소득은 저성장 고실업 양극화 시대에 재원의 추가적인 부담은 최소화하고, 근로 의욕을 고취하면서 어려운 분들에게 더 많이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취약계층이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양극화 해소에 특효약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소득 경쟁에 마지막으로 뛰어든 주자다. 유 전 의원이 제시한 공정소득은 일명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라고 불리는 조세제도에서 파생된 것이다. 음의 소득세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내도록 하고, 수준에 미달한 사람에게는 미달하는 금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개념이다. 소득재분배 기능을 극대화하는 공적부조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공정소득'을 도입하겠다"면서 본격적인 소득공방의 참전을 알렸다. 유 전 의원은 "공정소득은 소득이 일정액 이하인 국민들에게 부족한 소득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근로능력이 없거나 열심히 일해도 빈곤 탈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며 "안심소득도 NIT의 일종"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 역시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는 각을 세우고 있다. 유 전 의원은 "기본소득에 쓸 돈을 소득 하위 50%에게 주면 2배를 줄 수 있다"며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는 공정소득이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이 전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를 기반으로 한다면 오 시장의 안심소득이나 유 전 의원의 공정소득은 선별 복지로 분류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더 옳으냐, 안심소득이 더 맞느냐, 공정소득이 더 타당하냐를 논하기에 앞서 이런 공방이 반가웠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정책 경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보아온 정치권의 공방은 대부분 당리당략에 따른 부산물 같은 것이었다. 현재 여야의 최대 쟁점이 법제사법위원장 쟁탈전이라는 것만 놓고 보더라도 쉬이 알 수 있다. 정쟁뿐인 정치는 정치혐오증을 부른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한국의 사회지표' 중 정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7년 연속 만년 꼴찌를 기록했다. 정쟁에 지친 정치혐오증이 반영된 결과다.

유력 정치인들의 소득 공방은 환영할 만한 정책대결임에는 틀림없지만 언제든 정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조짐은 벌써 여러 군데서 찾아볼 수 있다. 나의 의견은 옳고, 남의 의견은 틀렸다는 이분법적 논쟁은 소모적이기만 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은 분명 재원 확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에서는 안심소득이나 공정소득보다 나은 점이 있다.

소득 수준을 판별할 때 직장인이나 소상공인, 전문직 등의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우려가 적고,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도 수월하다. 반대로 선별 복지인 안심소득이나 공정소득은 분배 효용성이나 재원확보에서는 기본소득보다 앞선다.

하지만 소득 하위 50% 등으로 정하는 기준이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기초노령연금을 소득 하위 70%로 한정하자 자산을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차명으로 관리하는 등의 부작용이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혜택에서 배제된 피해자가 나오기도 했다. 상당한 금액을 지원받게 되는 안심소득이나 공정소득의 경우도 비슷한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다.

정책 경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하나의 정책이 승자가 되고 또 다른 정책은 패자가 되는 승자독식의 전쟁이 아니다. 소득 공방이 서로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나은 정책을 창출하는 결말을 도출하기를 기대해본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the13ook@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