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7일 직원 사망 사건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상급자 부당한 업무지시·모욕적 언행에 정신적 고통 호소"

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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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노동조합이 지난달 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해 달라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사측에는 진상 규명을 위한 자료를 협조할 것과 향후 노동조합과 공동으로 재발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네이버사원노조 공동성명은 7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치한 네이버본사 그린팩토리 정문 앞에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를 주제로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5월 25일 동료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노동조합은 2차례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진상규명을 위한 회사의 적극적인 노력과 데이터 보존 촉구, 자체 진상 조사 계획을 밝혔지만, 대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세윤 지회장은 "지난주 노동조합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자체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자체 진상 조사를 진행하며 다시 고인의 생전 행적을 되짚는 내내 너무 안타까웠다. 과도한 업무량, 부당하고 무리한 업무지시, 모욕적인 언행 등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더라면, 적어도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사측이 제대로 살펴보기만 했더라면 우리가 동료를 떠나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 지회장은 "고인은 임원A가 가진 권한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던 걸로 보인다"면서 "임원 A는 업무지휘, 평가, 연봉, 인센티브, 스톡옵션, 보직 등의 권한을 이용하여 고인을 지속적으로 힘들게 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이날 자체조사 결과 고인은 지나친 업무 지시로 인해 야간, 휴일, 휴가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발표했다. 또 상급자 A씨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 지시 등을 받으며 정신적 압박에 고통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노조 측은 "무엇보다 2년 가까이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인과 동료들이 회사의 절차를 이용해 다양한 행동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묵살한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와 묵인 역시 고인의 비극적 선택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주말과 밤늦게도 업무를 했으며, 밥을 먹다가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늘 답변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휴식 시간인 하루 1시간도 쉬지 않고 일해왔다고 주변 동료가 증언했다.그가 지난해 주변 지인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를 보면 밤 10시 이후에도 업무를 수행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다수였다. 담당 임원A가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를 한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이에 고인은 올해 3월 26일 동료에게 "임원A와 미팅할 때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토로했다.

회사 내부에서 임원A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회사와 경영진이 이를 알고도 묵인·방조한 정황이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올해 3월 4일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포함된 회의에서 모 직원이 임원A를 가리켜 책임 리더 선임의 정당성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인사 담당 임원은 "책임 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 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A 씨는 분당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직장 내 갑질 등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A 씨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메모에 담긴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A 씨가 사망한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직장 상사의 갑질과 폭언으로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추측성 글이 확산하고 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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