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본 3개월간 2800명 수사 내부정보 활용 토지매입 만연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다수 탈세 94건에 543억 세금 추징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합수본)가 출범 약 3개월간 646건, 약 2800명을 수사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합수본 수사를 통해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짙게 깔린 '부동산 투기'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자치단체장부터 일반 직원까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부동산 투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경찰청의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는 합동조사단의 수사의뢰, 국민권익위 신고센터의 접수사항, 자체 첩보로 인지한 사건 등 총 646건 약 2800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여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며 "검찰은 별도의 직접수사를 통해 기획부동산 등 1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합수본이 수사 중인 주요 공직자 중에는 국회의원 13명, 지자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의원 55명 등이 포함됐다. 이 중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9명은 구속됐다. 이밖에 검찰은 전담수사팀의 별도 직접수사를 통해 기획부동산 업자 등 14명을 구속했다.
수사 과정에서 몰수, 추징, 보존 조치된 투기 수익은 900억원이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김 총리는 "검경 간 긴밀한 협조를 통해 보존조치를 한 부동산 투기수익은 현재까지 약 908억원 정도"라며 "세금 탈루의혹이 밝혀진 94건에 대해서도 543억원의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이번 수사 과정에서 공직사회 전반에서 공직을 통한 정보이용 취득 등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행위가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총리는 "전직 차관급 기관장과 기초자체장, 기초지자체장, 시군의원,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까지 여러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하여 토지를 매입한 혐의를 확인했다"며 "국무총리로서 이러한 공직자들의 불법 혐의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또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예정지역 6곳을 포함해 대규모 택지 및 산업단지 개발지역 44곳의 개발계획 발표 전 5년간 거래를 분석, 기획부동산업자 등 탈세 혐의자 454명(건)을 세무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공개한 부동산 탈세 조사 사례는 주로 하남 교산, 광명 시흥,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예정지역과 관련한 탈세 건이다.
제조법인 A사는 사주 배우자와 자녀들의 급여를 같은 직급 직원보다 수십 억원 더 지급했다. 이렇게 받은 사주 배우자와 자녀들은 은행 대출을 추가해 3기 신도시 예정지 하남 교산 등에서 토지와 건물 등을 대거 사들였다. 가족에 급여를 많이 줘 법인세를 탈세하고, 부동산 투기 수익을 노린 것이다.
기획부동산업자 B는 배우자와 직원 명의로 여러 개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면서 광명 시흥 등 신도시 예정지역 토지를 다수에 지분으로 쪼개 팔았다. 그러나 신고한 소득은 매우 적었다. B는 무직자에도 수수료 수십억원을 준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는 이들로부터 돈을 돌려받아 토지를 사들이는 데 썼다.
신도시 개발지역 부동산 거래의 자금 출처를 국세청이 추적한 결과, 세금을 내지 않은 편법증여 사례도 여러 건 적발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근절 방안에 대해 "우선은 투기라는 단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금액, 범위, 토지주택 리미트 등에 대해 명확한 구분점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공직자들의 투기 경향을 보면 차명을 한다던지, 직계존비속이나 친인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따른 규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감독 규제 수준으로 부동산 규제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리미트 등을 조정하고 시장 환경에 맞춰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