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계획서 가이드라인 제시 임상3상 시험대상자 줄어들고 절차따라 준비가능 시간 줄어 국제기구 인정 여부는 불확실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이 3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식약처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 마련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부가 임상 절차 개선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국산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 기존 허가받은 백신과 국내 백신 간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하는 '비교임상'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임상절차 개선은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우리 백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해외 백신 접종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백신 주권', '백신 자주권'을 앞세워 국산 백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11월 전국민적인 집단 면역 달성 이후에도 항체의 지속기간과 변이 바이러스 등의 요인으로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 바이오 기술로 개발된 mRNA 백신은 신종 감염병과 타 질병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제조기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1일 우리 백신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공개했다.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부터 허가까지 백신 개발 전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 백신 자급화를 달성한다는게 정부의 목표다.
식약처는 우선, 백신 개발 경험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도 임상 시험을 위한 계획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국내 백신 개발사에 길잡이가 될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마련해 제공한다. 표준안은 △임상 1·2상 △임상 3상(일반적인 유효성 임상) △임상 3상(비교임상) 등 총 3종으로 마련됐다.
식약처가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 절차부터 개선하고 나선 이유는,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대부분 임상 초~중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5개 제약사, 8개 제품이 임상 2상 시험에 들어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유바이오로직스(합성항원), 진원생명과학·제넥신(DNA), 셀리드(바이러스 벡터)가 임상계획 승인을 받았다.
국산 백신 개발에 도전하는 제조사들은 백신 허가를 위한 임상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통상 1만여명 이상의 시험 대상자에 백신이나 위약(가짜 약)을 투약한 후, 각 시험군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시험하는 '유효성 임상 3상'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국내 개발사들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대규모의 대조군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임상 3상을 위한 대조군 확보가 국산 백신 개발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을 중화항체가와 같은 면역원성 지표 등으로 비교하는 '면역원성 비교임상 3상' 설계를 제시했다. 식약처가 설계한 면역원성 비교임상은 수천명 규모의 피시험자를 대상으로 기존 허가받은 백신 접종자와 국내 개발 중인 백신 접종자의 면역반응 지표를 비교해 백신의 효과를 측정하게 된다. 이 설계안은 국내에서 임상 대상자 모집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부작용 등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을 3000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또한 3상 임상시험을 포함해 각 임상시험의 단계별 설계방법과 시험대상자 선정기준, 제외기준과 면역원성, 안전성, 유효성 평가지표에 대한 상세기준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제시했다.
식약처가 제시한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면, 임상시험 대상자 수를 줄이면서 위약-대조군 없이도 3상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상시험의 단계별 평가변수 및 기준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어, 임상시험 설계에 드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다만 이처럼 비교임상 3상 절차를 거쳐 개발된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해외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와 민간기구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해외 규제기관에서도 예방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면역원성 비교임상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에서 개발한 백신이 국제적으로도 신뢰받을 수 있도록 이번 3상 계획서에 담아 놓았다"고 강조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