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산업생산 11개월만에 큰폭 감소 반도체 생산 조정 따른 기저효과 글로벌 반도체경쟁 나선다지만 한종목 쏠림, 수출경쟁력 악영향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메모리반도체를 만드는 웨이퍼를 들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몸살을 앓는다."
최근 우리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한탄이다. 반도체의 중요성도 인정하고, 향후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인정하지만 우리 경제의 그 의존도는 너무 지나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당장 지난달 31일 발표된 통계청의 지난 4월 산업생산 수치가 그 같은 현상을 증명한다.
반도체 생산이 1년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하면서 지난달 산업생산이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같은 시기 서비스업 생산은 거리두기 완화 영향에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제조업 부문의 생산 둔화를 상쇄하긴 어려웠다.
통계청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4(2015년=100)로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지난해 5월(-1.5%) 이후 최대폭 감소다. 전산업생산은 2월(2.0%), 3월(0.9%)에 두달 연속 증가하다가 4월 감소로 돌아섰다.
통계청은 지난달 반도체 생산이 조정에 돌입하면서 전체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비대면 경제 확대로 호조세가 지속됐고, 특히 지난달엔 5개월 연속 증가하며 지수 수준이 사상 최고였다"며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하며 (전체 산업생산이)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51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민·관 합동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를 맡고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는 게 전략의 골자다.
정부안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판교와 기흥·화성·평택·온양, 이천·청주를 각각 연결하는 'K' 자 모양 'K반도체 벨트'를 구축, 메모리·파운드리(위탁 생산), 소재·부품·장비, 반도체 패키징, 팹리스(반도체 설계) 관련 기업들을 지역별로 모아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을 극대화한다.
이 계획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올 투자액만 41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글로벌 조류에 부합한다. 당장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나섰고 중국 역시 막대한 자금과 세제 혜택을 무기로 반도체 부품 자립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 국가의 산업이 한 종목에만 좌우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심리의 급격한 반등이 예상되지만 이 같은 반등세를 기반으로 수출 한국호를 이끌어갈 동력은 미미한 상황이다.
당장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2.3% 늘어 3월(2.3%)에 이어 두달 연속 증가했지만 우리 산업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20.5로 1995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출이 늘고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화장품 등 비내구재(2.4%), 의복 등 준내구재(4.3%),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0.7%) 판매가 일제히 늘었다.
소비심리 회복으로 화장품 등 비내구재(2.4%), 의복 등 준내구재(4.3%),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0.7%)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 업태별로 보면 전년 동월 대비 백화점(30.6%), 편의점(8.0%), 무점포소매(15.3%), 면세점(51.6%)에서 소비가 급증했다. 슈퍼마켓 및 잡화점(-8.9%), 대형마트(-1.2%)는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