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소신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1야당 국민의힘의 '이준석 돌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4·7 재보궐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31일 조응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과 조국'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이번 주말을 관통했던 키워드는 '이준석 돌풍'과 '조국 회고록'이었습다"고 운을 뗐다.
조 의원은 "별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키워드가 후일에는 대선의 승패를 가늠한 분수령으로 꼽힐 수도 있는 일 아니겠나 싶었다"며 "이준석 대표? 국민의힘 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 전에는 막연한 불안감 정도에 불과했으나, 노회한 보수정당의 당원들도 36세에 불과한 원외 청년에게 30% 이상의 표를 몰아줬다는 예상 밖의 결과를 접하곤 내년 대선에 대한 저들의 절박함과 간절함을 실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되고 이준석 체제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어쩌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안정당으로만 인식되는 수준을 넘어서서 갈등해결 능력을 상실한 정치시스템을 퇴출시키고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어 "제1야당의 당 내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동안 우리 당은 국민들께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나 생각하면 제 주관적으로는 별로 속이 편하지 않았다"며 "4.7 재보궐선거에 참패한 이후 우리 당은 반성하고 변화하겠다고 약속드렸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거치고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후에 오히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들리는 것도 현실"이라고 현재 민주당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서울시당과 중앙당에서 실시한 2차례의 집단심층면접조사(FGI)를 통해 생생한 민심을 확인했다. 다수 의원들도 그 내용에 공감했다"며 "그런데 이와 무관하게 일부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당 내 특위구성을 채근합니다. '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조 의원은 "그 와중에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성윤 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개라는 독단적 견해로 아무런 인사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공인인 이 지검장의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문제 삼았다"며 "진상조사 및 검사들에게 휴대전화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저조차도 왜 저렇게 이성윤을 감싸고 도나하는 생각이 든다. 저러고도 과연 균형 잡힌 법무행정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정조준했다.
"또한 검찰개혁 시즌2로 불리는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이미 대통령께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의 제도적 안착에 집중할 때라고 여러차례 말씀하셨다"며 "그간의 검찰개혁지지 여부와 별개로 국민들 대다수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와중에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 일부 전담부서 외에 일반 형사부는 이른바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없도록 하고, 나머지 17개 지검 형사말부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전국 25개 지청은 총장의 요청과 법무장관의 승인을 받아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법 개정 없이 검찰의 인지수사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사실상의 '검수완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조 의원은 "서울시당과 중앙당에서 2차례에 걸쳐 실시한 집단심층면접조사(FGI) 결과는 저의 직관적인 예상과 비슷했다. 놀랍지 않았고 그래서 더 참담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내용도 상당 부분이 포함되어있었다"며 시민들의 발언을 직접 인용했다.
"조국 사태 때 그들만의 리그가 있구나 하는 박탈감이 엄청났죠", "조국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내 자식한테 못해주고 있다는 자괴감 때문에 채널을 돌리고 싶었죠", "개혁은 안 보이고 추미애만 눈에 띄었다", "건들기는 제일 많이 건드리는데 엄한 것만 계속 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끄럽기만 엄청 시끄럽고 정작 바뀐 건 모르겠다", "국민은 기본 생계가 흔들리는데 여권은 가상의 적을 세팅해놓고 계속 섀도복싱을 했다" 등의 발언이었다.
그는 최근 조 전 장관이 회고록을 발간한 날짜가 6월 1일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하필이면 프로젝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날과 같다"며 "4.7. 재보궐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우리 당의 주요한 대권 주자들이 강성 당원들을 의식하여 조 전 장관에 대해 경쟁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이 이런 당혹감을 넘어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 당 지도부나 대선 주자군들 모두 저보다 몇배 더 고민이 많으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어쩔 수 없다. 경선 통과가 중요하니 일단 검찰, 언론개혁을 업고가고 본선에서 중도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며 "묻고 싶다. 정말 그러면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있나?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 당원들과 국민들이 그런 수에 넘어가주겠는가? 다 같이 터놓고 이야기라도 해봐야 할 일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007년 이명박-박근혜 대선경선 이후 14년 만에 국민의 힘은 '이준석 돌풍'으로 당 내 경선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아 활력이 만발한 반면, 우리 당은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다"며 "사실 상대 당이 잘해서 우리도 자극을 받고 서로 잘하기 경쟁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이 바라는 구도일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혹시 잘할까봐 걱정하는, '설마 저러다 말겠지' 하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다"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끝으로 조 의원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임박한 정치격변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조국의 시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여 일관되게 민생에 전념하는 집권여당의 듬직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며 "그 모습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왕도가 있겠는가"라고 글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