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선관위 "청년·호남 당원비율, 역선택 방지조항 변경 全大 이후 논의" 하태경·초선 10여명 요청한 '룰 변경 의총'도 소집 않기로 청년·호남 당원가중치 상향은 예비경선서 일부 반영 김기현 원내대표 "경기 도중 규칙 변경 불공정"
지난 5월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왼쪽부터) 이준석·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6·11 전당대회 당대표 본경선에 접어든 국민의힘이 당원 비율을 그대로 반영한 당원선거인단 여론조사 등 '경선 룰' 변경을 전대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당 공보실을 통해 "제1차 전대 선관위는 의원총회 소집 요구 의원들과 대화 결과 '청년 및 호남 지역의 당원여론조사 비율', '역선택 방지' 등의 부분에 대해 전대 이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전대 룰 관련 의총은 열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앞서 국민의힘 선관위는 지난 18일 당헌·당규대로 기존 당원 70%·시민 30%가 아닌 '당원 50%·시민 50%' 여론조사를 통한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시민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응답자를 한정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기로 했다.
역선택 방지는 경쟁정당 지지자들이 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집단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당 선관위는 또 예비경선 당원여론조사에서 전국 당원분포에 따라 호남지역 조사 대상자를 0.8%로 정하고, 연령별 비율도 당원 구성에 따라 △40대 이하 27.4% △50대 30.6% △60대 이상 42%로 할당했다.
그런데 20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뒤로 경선 룰 변경 요구가 잇따랐다. '역선택 방지' 조항 철회와 함께, 당원선거인단 여론조사·투표를 두고는 호남지역과 20~30대 청년세대 가중치를 늘려 잡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25일 하태경 의원(3선)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역대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를 도입한 적이 없다"며 "원내대표에게 역선택 방지 관련 논의를 위한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여의치 않으면 의원 10명이 연명하는 방식으로라도 의총을 열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초선의 태영호 의원도 SNS에서 "다른 당 당원이나 지지자를 제외하면 '일반' 여론조사라 할 수 없다"며 "차라리 '선별' 여론조사라 해라"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26일 하 의원과 황보승희·유경준 등 초선 의원 10여명은 전대 본경선 룰 개정을 요구하며 긴급의원총회 소집을 원내지도부에 요청했다. 당헌당규상 문제 없다는 입장이던 선관위는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예비경선에서 호남 비율을 2%로 올리고, 세대별 비율에서 '40대 이하'를 27.4%에서 2.5%포인트 올려 29.9%를 반영해 예비경선을 치른 상황이다.
다만 의총 소집권을 가진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특정 지역이나 연령대에) 책임당원이 별로 없는데 부풀려주라는 방식은 투표의 등가(等價·같은 가치) 원칙에 위배된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당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28일) 직후 긴급의총이 소집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날까지 열리지 않았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당 선관위의 공지에 앞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선 룰 문제는 다 끝난 것이냐'는 물음에 "사실상 종결된 것 아닌가"라며 "경기 도중에 경기규칙을 바꾼다거나 그런 건 '불공정'하니까 우리가 삼가야 될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양측이 이견 표출에도 불구하고 '룰 변경 의총' 소집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지 않은 것은 이 전 최고위원이 예비경선에서 41%(당원·시민여론 합산 결과)의 지지를 얻으며 1위로 통과했다는 세부결과가 '유출'돼 유리한 판세가 이미 조성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진 그룹의 유력주자인 나경원·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각각 29%·15%의 지지를 얻었고, 조경태·홍문표 의원이 각각 5%·4%를 득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진 표 분산이 일어난 가운데 신진 주자 1명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돼 있어 일부 주자 간 단일화 등 중대 변수 없이는 반전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