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미국 규제당국이 중국계 사모펀드의 한국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반도체(로고) 인수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면서, 업계에서는 인수에 제동을 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 지는 미지수이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를 더 이상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달 31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는 최근 성명을 통해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대신해 미 재무부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며 "인수 관련 안내문을 제출하고 CFIUS의 공식 검토를 받도록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C)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며, 관련 특허도 여러 건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10월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분사했고,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에 인수돼 뉴욕거래소에 상장됐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올해 초 미국 본사 주식 전량을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 등과 관련, 유한책임출자자들에게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각 규모는 약 14억 달러(약 1조5828억원)로 알려져 있는데, 일각에서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 측은 CFIUS의 요구에 대해 "미국에서의 매각 건에 대해 어떠한 승인도 필요하지 않다고 보지만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은 CFIUS가 이번 인수 건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의 기술 굴기"라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요구가 매그나칩반도체의 기술력 유출을 우려하기보단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이 더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한국을 넘어 디스플레이 시장 1위까지 자리했고, 구동칩 기술 없이 이정도 지위에 올랐다고 보긴 어렵다"며 "중국 업체가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는 의도는 자체 기술보다 주 거래처인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들의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한 별 다른 욕심이 없는 만큼, 미국보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OLED용 구동칩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검토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업계에서는 그보다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핵심기술 지키기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IT 전문가 샹리강은 "CFIUS가 독점력이나 국가안보 등과 같은 애매모호한 이유를 대거나, 단순히 승인을 장기간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보도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출처= 메그나칩반도체 홈페이지>
<출처= 메그나칩반도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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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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