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장
이지형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장
이지형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장
2019년 글로벌 팬더믹이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COVID-19)는 사회와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쳐 큰 충격과 함께 우리 삶에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다. 바이러스의 효율적 방역을 위한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대되면서 비대면 사회라는 뉴노멀(new normal)이 우리의 일상적 생활과 경제활동, 사회적 교류를 크게 제약하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에서 작년 10월과 11월, 두 달에 걸쳐 전국 일반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바이러스 대확산 기간동안 체험하고 있는 삶과 생활의 어려움과 그 험난한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절반 이상의 일반인들이 운동 부족과 체중 증가를 경험하였으며 인간관계와 사회적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피해 역시 만만치 않아 두 명 중 대략 한 명이 수면 부족이나 우울감, 무력감, 단절감, 정신적 불안감 등을 호소하였다. 안타깝게도 여성들과 경제적 약자들의 지각하는 고통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이 신체와 정신, 관계의 고단함과 그 고통의 긴 여정에 처해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기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시대적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정보통신 기술(ICT)의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 조사결과를 계속 인용하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우리나라 일반인들의 ICT 활용 시간과 디지털 콘텐츠 범위와 종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정보, 소셜 미디어, 멀티미디어, 홈트레이닝, 원격 교육과 원격 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는 등 바이러스로부터 개인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유지하며 효율적인 재택활동과 다양한 여가생활을 영위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지속하는데 ICT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 기술은 역동적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성장과 사회발전을 견인하는 소임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하여 ICT 산업 자체가 우리나라 중핵산업으로 성장하였으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자정부를 비롯해 공적 영역에서 사회적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이번 바이러스 대확산은 산업과 사회를 혁신하는 지렛대와 같은 수단적 기능과 함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국민의 삶과 생활을 적극 지원하는 사회 인프라 역할이 보다 확대돼야 함을 강력히 시사해 준다.

끝으로 필자는 이러한 ICT의 사회적 가치(ICT for social goods)를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당면 과제와 핵심 이슈를 체계적으로 발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고령 사회와 인구절벽,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글로벌 기술 패권과 와해성 혁신 경쟁의 거대한 물줄기부터 우리 이웃이 직면한 세세한 사회문제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5G와 6G 이동통신, 블록체인, 디지털 트윈, 지능형 로봇, 자율주행 기술, 메타버스(metaverse) 등의 ICT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문제 정의와 솔루션 마련이 선결적 핵심 과제라 생각한다.

이와 함께 ICT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기술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부작용이나 역기능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준비도 필요할 것이다. 위 조사결과에서도 국내 일반인들은 스마트폰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중독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였으며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뉴스에 노출된 경험이 있으며 사생활 침해를 크게 염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양상의 디지털 격차와 불평등, 인공지능 중독과 로봇 과의존, 딥페이크와 프라이버시 조작, 해킹의 고도화와 디지털 자산 강탈, 가상세계 과몰입과 정체성 장애, 인류와 인공지능의 불협화음, 일자리 위협과 비인간화 등은 미리 경계할 중요한 예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