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게임업계를 뒤흔든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게임사들을 대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전날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강화한 강령 개정안을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전날 확률 정보 공개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 규제 강령 개정안'을 선포했다. 강령 개정안은 참여사 시스템 마련 등을 위한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1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게임산업협회 측은 "이번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은 게임 이용자의 수요와 자율규제평가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기존 자율규제 강령을 개선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게임산업협회 제공.
◆규제 대상 범위 확대에…유·무료 결합된 확률형 콘텐츠까지 정보 공개 = 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은 ▲ 적용대상의 범위 확대 및 강화 ▲확률정보 표시방법 다각화 등을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자율규제 대상 범위를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서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콘텐츠로 확대했다. 그간 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경우 확률공개 대상이 아니었지만, 확률 공개 대상으로 확대됐다. 또한 확률 정보 표시 방법 또한 기존의 백분율로 표시하던 방법에서 이용자가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키로 했다.
기존 자율규제 강령에서 적용되던 확률형 아이템 기획 시 금지 조항과 준수 사항은 현행과 동일하게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사후관리는 기존과 같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자율규제평가위원회에서 수행하며, 이행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자율규제 준수를 이끌어낸다. 강신철 협회장은 "이번 강령 개정은 자율규제 준수 기반을 넓힌다는 의지를 갖고 자율규제 대상 범위 확대와 확률 정보 공개 수준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모든 참여사들이 엄중한 책임감으로 자율규제 강령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 공개 관련 게임사 현황. 각 사 취합.
◆엔씨소프트 3분기부터 선제적 시행…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엔씨소프트는 3분기부터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확률 공개 범위를 확장한다.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등 모든 유료 콘텐츠의 확률을 공개한다. 유료 아이템뿐 아니라 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콘텐츠의 확률도 공개한다. 엔씨소프트 측은 "올 3분기부터 모든 게임에 순차적으로 선 적용한다"면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올해 12월 이전에 반영을 완료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되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내부 검증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해왔으며, 향후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확률공개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넥슨과 넷마블 등도 이 같은 의지를 내비쳐왔다. 업계 '맏형'으로 꼽히는 넥슨이 지난 3월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등 주력 게임 10개의 아이템 제조 확률을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이플스토리로 촉발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뜨겁게 진행되면서, 같은 달 해당 게임의 확률을 공개한 데 이어, 주력 게임들도 공개하며 관련 논란을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넷마블 또한 대표가 나서 확률아이템 공개와 관련해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관련해 아이템 획득 확률을 일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이날 확률형 아이템 공개에 "회사는 자율규제와 무관하게 이미 유료 뿐만 아니라 인첸트를 포함해 광범위한 확률을 공개해왔다"면서 "내부 전수조사도 이미 다 마친 상태다. 간접 부분까지 순차적으로 이용자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취합.
◆강력한 자율규제 속…정치권 미칠 파장도 '관심사' = 이처럼 게임협회가 예상을 뛰어넘은 수위의 자율규제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유무료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 정보를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비롯해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을 모아 또 다른 아이템을 완성하는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한 개정안은 12건이다. 이 중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개정안은 총 5건이며 올해에만 4건이 발의된 상태이다.
먼저 확률형 아이템 논의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법안은 지난해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이다. 이를 위해 제59조제1항으로 '게임제작업자 또는 게임배급업자가 게임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게임에 등급, 게임내용정보, 확률형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하도록 함'이라고 명시했다. 해당 개정안은 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는 상태이다.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 3월 '확률조작 국민감시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은 방송법상 '시청자위원회'처럼 대형 게임사에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해 확률을 함부로 속일 수 없도록 시민 감시와 견제를 의무화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도 주목받고 있다. 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에서 더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함께 게임 안에서 2·3중 과금 요소로 구성된 확률형 아이템 상품인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까지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