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영향
국내 경기 가파른 회복세 보여
C쇼크 탓 '부익부빈익빈' 심화
금리 오르면 이자부담 직격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통화정책의 주체인 한국은행에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국내 경기가 그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제로금리 시대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코로나 19 사태에 빚으로 연명을 해온 적지 않은 가계들에게는 말 그대로 '사형선고'인 셈이다. 당장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매 분기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상황이다.

물론 한은 역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금리 0.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이자부담액이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자칫 벼랑 끝 경계에 선 가계의 부실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빠른 경기 회복= 한은은 이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무려 1%포인트나 높인 4%로 봤다. 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우리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기인한 것이다.

앞서 한은이 발표한 '2021년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4월 수출물량지수(118.64)는 1년 전 보다 20.3% 늘었다. 지난해 9월부터 8개월 이어지는 상승세다. 증가폭으로는 2018년 10월(23.7%)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가운데 반도체만 따로 놓고 보면 수출물량과 수출금액은 1년 전보다 각각 20.7%, 25% 상승했다.

취업 등 고용의 질적 문제는 있지만 양적회복세는 분명하다. 4월 취업자 수는 2721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65만2000명 늘어 2014년 8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1분기 116.4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114.8) 수준을 넘어섰다.

◇가계부실의 우려 짙어져= 하지만 이 같은 경기 회복 속에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심화한 것이 우리 사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통계청의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업 소득은 99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근로소득에서 부익부빈익빈은 심화했다. 소득 하위 1분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근로소득이 59만6000원으로 13.2% 하락했으며, 2분위는 188만2000원으로 5.6% 줄었다. 3, 4분위는 각각 303만1000원, 427만9000원으로 보합을 기록했고 5분위는 되레 근로소득이 721만4000원으로 1.8%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19년 빚을 낸 가구의 연평균 원리금상환액은 1764만원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인 2009년 826만원 대비 113.6% 늘어난 수치다.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6년에도 부동산 구입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가계의 연평균 원리금상환액이 1500만원을 돌파하면서 가계 부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그 뒤로 줄기는커녕 오히려 불과 3년 사이 250만원이나 더 불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다행히 원리금 상환액이 늘지는 않았지만 빚 규모는 사상최대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1726조913억원에 달한다.

한은의 이날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언급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내 종식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의 종결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형·강민성기자 ybro@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