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시대의 자본주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박세연 옮김/열린책들 펴냄


미국은 21조4200억 달러(2019년 기준)의 국내총생산(GDP)을 가진 세계 1위 부국이다. 1인당 GDP는 세계 5위로 우리의 두 배인 6만3000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국민의 40%는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자동차가 고장 나 400달러 정도가 들어가야 할 때 곤란을 겪는다고 한다. 세계 제일 부자나라 국민이라는 게 무색하다. 그런데 그 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빈부격차가 큰 나라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양극화의 나라가 되었나. 책은 자본주의의 양면성 중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금융화, 세계화, 독점화가 거대한 불평등을 낳았고 금융산업과 몇몇 기업이 경제전반을 장악하고 불공정한 규칙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3년 '불평등의 대가'를 통해 부의 극심한 편재현상을 해결하지 않고선 미국은 축복받은 나라가 결코 될 수 없다고 호소한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8년 만에 내놓은 이 책에는 오히려 그 때보다 더 악화된 불평등 현상에 대해 치미는 분노와 절절한 애석함이 배어있다.

책에는 양극화로 치닫는 미국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980년 이후 40년간 미국 하위 90%의 소득은 제자리인 반면, 상위 1%는 치솟았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은 미국 인구 하위 절반보다 더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그럼 해법은 무엇인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소비자나 근로자의 몫을 빼앗거나 지대를 통해 부를 늘리는 '착취적 부'를 막아야 한다. 진정한 부는 개인과 기업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부도 쌓고 사회 전체의 편익도 늘리는 '창조적 부'다. 이를 위해 스티글리츠는 사회기반시설과 기초연구,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스티글리츠는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잘 준수되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부의 진정한 원천인 생산성, 창조성, 활력이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효율적이고 공정한 정부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공공재로서 불평등을 해결해주는 가장 믿을 만한 해법이라는 말이다. 스티글리츠는 비록 '정부 실패'를 간과한 정부 개입을 선호하지만, 법치주의와 효율적 규제, 경쟁적 시장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자유시장주의자들도 배울 점이 많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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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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