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확대계획' 발표
신용평점 하위 50% 대출, 내년말까지 4.5조 확대
카뱅 30%·케뱅 32%·토뱅 44% 목표치 제시
이행현황 비교 공시..미 이행 시 신사업 진출 제한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출범 취지를 벗어나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해 온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관행을 바로 잡는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토록 하고 주기적으로 이행 현황을 점검한다. 목표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신사업 인·허가에 반영하는 등 강제성을 부여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확대계획'을 발표하고 신용등급 4등급 이하를 일컫는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비중을 2023년말까지 30%이상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용평점 하위 50%가 대상으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820점이하 차주에 대한 대출이다. 이를 통해 작년말 2조원 규모였던 중·저신용자 대출은 올해말 4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출범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해온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층 비중은 12.1%로 은행권의 24.2%에 크게 못 미친다. 금융당국은 지난 4년간 카카오·케이뱅크가 편의성 제고에는 기여했지만 신용공급 저변 확대라는 기대에 못 미친 '절반의 성공'이라고 판단했다.

인터넷은행 별로 목표치를 제출했다. 작년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10.2% 수준인 카카오뱅크는 20.8%→25%→30% 순으로,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21.5%→25%→32%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본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토스뱅크는 내년말까지 34.9%까지 비중을 늘리고 2023년말까지 44%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낮은 중·저신용자의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해 차주 평가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에 CSS고도화를 병행해 실제 고객 특성과 활용되는 대안정보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CSS 고도화 작업에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가 은행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역량은 충분하다고 봤다.

김연준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업 인가의 전제로 중·저신용자 시장에 집중적으로 신용을 공급한다는 계획이 있었다"며 "기술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했을 때 정확히 상환 능력을 평가해 적정 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별로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카카오뱅크는 내달까지 금융이력부족자(신파일러) 특화 모형이 추가된 새로운 CSS개발·적용을 마친 뒤, 2023년까지 통신·결제·공공정보 등 대안정보의 활용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카카오페이의 결제 기록이나 건강보험료 납부 정보 등이 반영되는 식이다.

케이뱅크 역시 신파일러 특화 모형과 관계사인 비씨카드, 다날에서 확보한 결제 정보와 KT의 통신정보를 가명결합한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토스뱅크 역시 2금융권 고객정보와 햇살론 등의 정보를 CSS 구축에 반영한다.

관리·감독을 강화해 강제성도 부여한다. 오는 8월경부터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별 이행현황을 공시토록 하고, 자체 계획 달성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미이행 시 신사업까지 제동을 걸 방침이다. 은행 또는 최대주주가 다른 금융업 진출을 위해 인·허가를 신청하면 계획 이행여부를 판단요소로 고려한다는 얘기다.

별도의 금리상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대출 확대에 초점을 둔 만큼 인터넷은행의 자체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는 은행의 수익성 제고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CSS 고도화가 뒷받침된다면 수익성·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대출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의 신용도를 제대로 평가해서 금리가 산정되면 적정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게 바람직한 방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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