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서두른 2030 세대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로 가계 부채가 선진국 최악 수준까지 급증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 코인 시장까지 가계대출에 빨대를 꽂고 몸집을 불리고 있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긴축이 현실화하면 버블의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조2000억원이 불어났다.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34조6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 45조8000억원과 비교해 둔화했지만 작년 분기 평균 증가액 31조7000억원보다 많았다. 가계대출 잔액은 2018년 말 1446조6000억원에서 불과 2년여 만에 219조4000억원이 급증했다.

이렇게 급격히 불어난 부채는 주택 투자로 가장 많이 유입됐다. 올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931조원으로 전 분기에 대비 20조4000억원 늘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60%를 차지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735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정부 규제에 따라 작년 3분기 22조3000억원, 작년 4분기 25조5000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떨어졌으나 작지 않은 규모다.

상당 부분은 부동산 외 주식, 코인에 잠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증가는 2030 세대가 주도했다. 작년 7월 이후 주택시장은 이들 세대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증시는 물론 코인 시장에서도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금리 인상이다. 글로벌 수요 확대로 원자재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4월 물가가 4.2%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통화정책에 대한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4월 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이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선제적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올해 4월 국내 소비자물가도 2.3% 올라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높은 수준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2∼3개월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액이 가계는 약 12조원, 자영업자는 약 5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데, 현재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한계 중소기업이 생존 위기에 몰릴 수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이 높고 증가 속도도 빠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연착륙 대책을 실천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관측했다. 부동산 쪽으로 대출의 50% 이상이 몰려있기 때문에 집값이 폭락할 경우 위기를 부를 수 있지만 그런 파국으로 흐를 우려는 낮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엄격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해온 데다 젊은층의 주택에 대한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집값이 급락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자산 버블이 꺼질 수는 있지만 심각한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쪽에선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유동성 홍수 속에 가려져 있던 취약 부분이 노출되면서 경제의 활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 전문가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오를 경우 부채로 인한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빚을 내 투자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가계 빚(신용)이 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발표된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금융기관에 전세 자금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가계 빚(신용)이 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발표된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금융기관에 전세 자금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박상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