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59조5915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말 (626조4790억원)과 비교해 보름 만에 33조1125억원 급증했다. 요구불예금은 은행에서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자금을 말한다.
금융권에선 다시 은행에 돈이 몰리는 이유로 주식과 암호화폐 등 자산시장의 불안을 꼽고 있다.
최근 국내외 증시는 미국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 10일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3249.30을 기록했지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영향 이후 3% 가까이 하락했다.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0.51포인트(0.02%) 내린 3155.91에 개장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올해 들어 급상승 장을 연출해온 가상화폐 시장은 지난 12일 머스크가 종전 입장을 뒤집어 테슬라에서 차량 구매 때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지 않겠다는 발언을 내놓은 뒤 급속히 추락 중이다. 여기에 중국에서 규제 강화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것도 영향을 줬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달 8000만원대까지 상승한 비트코인은 지속 하락해 24일 현재 4200만원대에 거래되며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 변동성으로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지만, 유동자금을 장기간 묶어둘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다. 예·적금 상품금리가 워낙 낮아,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5개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12개 상품 가운데 8개 상품이 0%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1%대 금리를 제공하는 4개 상품도 우대금리를 받아야만 겨우 1%를 넘는다. 해당 상품의 평균금리는 기본금리 기준으로 0.65%였다. 우대금리 포함 기준으로는 0.90%로 1%를 넘지 못했다.
12개 상품 중 운용기간을 24개월을 넘어서 설정할 수 있는 상품은 7개였는데, 이중 3개는 운용기간이 2년이 넘어도 1%를 받지 못했다. 특히 신한은행의 '신한 S드림 정기예금'과 우리은행의 '우리SUPER정기예금'은 3년 동안 우대금리까지 받아도 각각 0.80%, 0.85%에 그친다.
정기적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은행의 12개월 만기 적금(정액적립식+자유적립식) 26개 중 10개가 0%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평균 금리는 기본금리 기준 1.11%에 그쳤고, 우대금리를 포함할 경우 2.04%로 2%대를 겨우 넘겼다.
은행권 예·적금 금리가 바닥에 깔린 상황인데도 은행들은 개별적으로 상품 금리를 낮추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우리 200일 적금'의 기본금리를 연 1%에서 연 0.8%로 0.2%포인트 내렸다.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하가 계속되면서 은행에 있던 자금을 되찾는 고객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저축성 예금 잔액은 올 3월 말 기준 1425조3741억원으로 전월보다 23조3113억원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와 코인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지만, 자금을 묶어 놓을 수 있는 상품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증시든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새로운 투자처가 생기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이윤형기자 ybr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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