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0조·SK하이닉스 4조 ↑
15곳 순익 늘었지만 배당 포기
"손실흡수능력 차원 비상금 확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의 10곳 중 6곳은 지난해 사내 유보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發)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들이 배당과 투자를 줄이면서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총 상위 50대기업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말 사내 유보액이 29조5657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작년 내부 유보금은 2019년 27조8497억원 대비 약 6.2% 늘었다. 지난해 시총 50대 기업 중 60%(30개)가 유보금이 증가했다. 특히 시총 상위 10대 기업에 속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카카오, 삼성SDI, 셀트리온 7개 기업은 유보금이 급증했다.

1년간 삼성전자의 유보금은 10조원(11.7%) 증가했고, SK하이닉스는 4조원(9.4%) 늘었다. 지난 1년간 내부 유보액이 1조원 이상 증가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LG 4곳이다. 네이버도 유보금이 9427억원 증가해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시총 상위 50대 기업 중 카카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한화솔루션, CJ제일제당 등 5개 기업은 2019년 대비 유보금이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의 미처분이익잉여금(유보금)은 3019억원으로 2019년 1397억원 대비 1622억원(116.1%) 늘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배 이상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도 2019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카카오는 작년 129억200만원만 현금 배당해 3000억원 이상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았다.

셀트리온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192억원 발생해 2019년 2979억원 대비 74% 가량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배당을 하지 않아 고스란히 이익잉여금에 적립됐다. 셀트리온의 사내 유보금은 4137억원으로 2019년 1885억원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전체 이익잉여금 2조5019억원 가운데 1조8758억원(75%)은 연구개발준비금에 적립했고, 16%는 유보금으로 남겨놨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화솔루션도 당기순이익이 2019년 대비 배 이상 증가했지만 모두 지난해 배당하지 않아 사내 유보금이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K-푸드 열풍에 해외매출 비중이 올라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그 해 당기순이익도 7864억원으로 2019년 1910억원 대비 4배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이익잉여금이 4조4067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는데, 이 중 641억5900만원만 현금 배당했다. 배당금을 제외하고 2조9772억원은 연구개발준비금에 적립하고, 나머지 1조3848억원을 유보금으로 쌓았다. CJ제일제당의 이익잉여금 중 유보액 비중은 46%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 때문에 배당보다는 내부유보금을 비축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총 상위 50대 기업 중 19개 기업이 배당 성향이 낮아졌다. 일부는 아예 배당을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총 50대 기업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이노베이션 등 15개 기업은 배당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기업 체감 경기가 위축되면서 내년에도 기업들이 투자지출과 배당계획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낙관적으로 경기를 전망하기 어렵다"면서 "금융업계도 손실흡수 확충을 위해 유보금을 확보하는 곳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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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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