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분석 작업 돌입…11월 결과·내년 적용
2007년 이후 카드 수수료율 10여차례 인하
코로나 타격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인하 가능성에 카드업계 "이번엔 동결해야"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도

카드업계가 3년 만에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작업을 위한 첫 단계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수수료율 추가 인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수수료율이 꾸준히 내려온 만큼 수수료 재산정에 대한 업계 반발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와 원가분석 컨설팅기관인 삼정KPMG 회계법인, 국내 주요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여덟 곳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달 10일부터 수수료 재산정을 위한 원가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전국의 290만개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자료를 제출받아 진행되는 만큼 원가 분석은 오는 8월~9월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결과가 나오면 이후 정책 논의를 거쳐 이르면 11월 말 카드 수수료 관련해 종합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수료 재산정 결과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적격비용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근거가 되는 원가를 말한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카드사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비용, 마케팅 비용 등 원가를 분석해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고, 이에 따라 수수료율이 조정된다.

수수료 재산정 작업을 앞두고 카드업계는 표정이 어둡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3년간 새로운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수수료율이 또 인하되면 어려운 업황 속에서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재산정 당시에는 정책 목표로 최저임금 이슈가 부각되면서 카드 수수료율을 낮췄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수수료 추가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가맹점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로 얻는 실익은 없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제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가맹점 수수료가 아닌 임대료인데 왜 카드 수수료를 또 인하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기준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8%,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가맹점은 1.3%,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은 1.4%,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가맹점은 1.6%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우대 수수료율(0.8~1.6%)을 적용받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 중소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6%에 달한다.

카드업계는 2007년 이후 카드 수수료율이 총 12차례나 인하돼 온 만큼 가맹점 수수료율을 동결하거나 인하폭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가맹점에서 높은 할인이나 적립을 해주는 이른바 혜자카드를 점점 줄이고, 대출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또 카드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후불결제 시장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이 진출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여기에 빅테크의 가맹점 수수료는 일반 카드사 수수료보다 높다. 빅테크는 여전법 적용을 받지 않아 적격비용 재산정, 우대수수료율 계산 등을 할 필요가 없다.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은 소비심리 회복, 마케팅 비용 절감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순익이 1년 전보다 32.8% 늘었고,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 순익은 각각 72.4%, 23.4% 증가했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도 각각 34.5%, 16.4% 순이익이 늘었다.

코로나19와 백신 접종 시작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터져나오면서 지난달 카드승인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호실적이 수수료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어 이같은 실적 성장, 업황 악화 부담 감소에도 카드사들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김수현기자 ks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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