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 내의 '소장 개혁파'로 불리는 정병국(사진) 전 국회의원이 바라보는 '한국 보수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6대 국회를 시작으로 20대까지 5선을 지낸 정 전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에 인정받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내에서 무게감 있는 중진이었으나, 당의 혁신을 위해 지난 21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위치한 정 전 의원의 사랑방에서 '대한민국 보수 진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그를 만났다.
이날 그는 국민의힘 소속 젊은 정치인들이 당 대표에 출마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에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중진 의원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당이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초선 의원을 포함한 젊은 정치인들이 '당을 확 바꾸겠다'며 개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금 국민이 원하는 '시대적 상황'이라고 본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당 내 젊은 정치인의 기백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초선 의원이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지금까지 어느 정당도 해보지 않은 시도"라며 "우리 당이 과거 정부에서 탄핵을 당하고, 분열 조짐을 보이는 등 힘들었던 시기도 겪었지만, 이런 과정에서 내공이 쌓여 지금처럼 획기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얼굴을 젊은 인물로 바꾼 것보다 더 큰 상징적 변화가 어디 있겠나"라며 "국민께 우리가 파격적으로 변했다고 보여줄 수 있는 게 이런 부분이고, 당이 민심 변화를 따르면 중도층 국민께서도 우리에게 신뢰를 보여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힘 출신 대권주자들 지지율이 미약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그렇지만, 본격적 '대권 레이스'가 시작되면 지금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당 내 유력 인사들이 당권에만 집중하지 말고 대권에 더 많이 도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언급하면서 "국민께서 우리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이는 '개혁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 19대 대선 때 홍준표 의원이 보수진영의 대권 주자로 참여했고, 그 당시 20%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다. 고정 지지층이 있는 것"이라며 "이 부분이 한계점이 될 수도 있는데, 본인이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왜 자신에 대한 안티 그룹이 생겼는지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지 않겠나. 정당이라는 게 누구는 되고 안 되고 하는 게 없다"고 홍 의원 복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전략적 측면에서 홍 의원이 복당을 하는 타이밍에 대해서는 스스로 고민하셨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당을 선점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 지지층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범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그 분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정치 행보를 위해 전략을 짜고, 어느 시점에 입당 혹은 창당을 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최근 윤석열 전 총장을 당에 불러오겠다고 '구애 전략'을 펼친 일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향해서는 "제1야당 입장에서 (윤 전 총장을) 상수(上手)로 놓고 가면 안된다고 본다"며 "당은 지금처럼 초선 의원 등 젊은 정치인들이 패기 있게 '당을 개혁하겠다'고 나오면, 당원 의견을 수렴해 적극 변화해야 한다. 당이 해야 할 일은 국민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1987년 직선제 이후 대통령이 7명이나 바뀌었는데, 전부 다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6공화국 헌법은 명을 다하지 않았는가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권력 체계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보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결론은 '개헌'이라는 정답에 도달했다"며 "다원화되고 거대해진 국가를 운영하는데 1인 중심 대통령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의원 내각제' 도입을 위한 개헌 등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