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자국중심 정책 적극 대응
美시장 한국기업 위상 높아질 듯
전기차 배터리 중국독주에 제동
파운드리 시장 대만 TSMC 쏠림
삼성전자 투자 가세로 부담 덜어
바이든 인센티브 정책 제시 촉각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앞서 스티브 키퍼 GM인터내셔널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앞서 스티브 키퍼 GM인터내셔널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바이오, 첨단소재 등에서 44조원 이상(약 400억 달러)의 미국 투자를 약속하면서, 첨단산업에 대한 한·미 경제동맹이 한층 더 끈끈해졌다.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인프라'로 규정한 미국 정부가 10년 간 1조7000억 달러(약 1910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 같은 한·미 경제협력 강화는 향후 미국 시장 내 한국 기업의 위상을 한층 높일 것으로 재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반도체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 추가 증설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조만간 입지를 정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경제,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총 74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조지아주에 투자 중인 3조원 규모의 1, 2공장에 이어 미국 포드와 총 6조원 규모의 합작사 설립 계획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과 낸드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1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고, 이 밖에도 SK그룹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사업에서의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과 테네시주에 총 2조7000억원 규모(LG 투자금 1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설립키로 한 데 이어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2곳의 독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내놓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계획은 예상대로 반도체와 배터리 쪽에 집중됐다.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자국 중심의 '바이 아메리칸'과 '그린뉴딜' 정책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이 가진 첨단 기술력에 비해 부족한 제조역량을 국내 기업이 보완해준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의 경우 한·미 동맹으로 중국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

중국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실상 국영기업이나 다름없는 중국 CATL 역시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린 뉴딜'로 경제 회복과 자국 산업 육성을 노리는 미국 정부에게는 불편한 현실이다. 2017년까지 친환경차 세계 1위(하이브리드차 포함)를 다퉜던 미국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연대로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에게도 큰 기회다.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 5년 간 매출 기준으로 연 평균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갔고, 올해 이후 성장세는 더 가파를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자국 보호 정책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한 국내 업체는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 중국 업체들과 규모의 경쟁도 가능하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의 '굴기(몸을 일으킴)'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대만이 주도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만 TSMC가 미국 내 최대 6개 신규공장 건설을 내놓으면서 미국 정부의 눈도장을 먼저 찍었다. 그러나 지나친 TSMC 쏠림 현상은 미국 정부에게도 부담이다. TSMC의 유일한 대항마인 삼성전자가 투자에 가세하면 이 같은 부담을 덜 수 있다.

재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투자에 직접 감사의 뜻을 표한 만큼, 향후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공개적으로 지원을 요청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한미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DC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투자 인센티브, 예를 들면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 공급 등 인프라와 소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 정부가 노력해달라"며 "그러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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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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