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전문가 의견
투자규모 비해 백신 55만명분 부족
한반도 비핵화 유연한 접근 필요
대만 문제 등 中 자극할수도
백신·반도체 공조엔 '합격점'

공동 기자회견 하는 한미정상       (워싱턴=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22      jjaeck9@yna.co.kr  (끝)
공동 기자회견 하는 한미정상 (워싱턴=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22 jjaeck9@yna.co.kr (끝)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1년을 지탱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상 밖의 성과'가 났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전문가들은 한미가 백신과 반도체 분야에서 공조를 단단히 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한미 간 원론적 방향성을 확인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회담 자체는 예측대로 흘러갔으나 결과물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주한 미군 관련 백신 55만 명분을 직접 확보한 것 외에 한국에서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 할 수 있게 됐고, 한국 기업은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가까워졌다.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실행을 촉구했으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프로세스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 달 전 열렸던 미·일 정상회담보다 의전 측면에서도 한국이 배려를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 평가도 세세하게는 엇갈리지만 "잘 된 회담"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중국·북한과 관계 설정이 숙제로 남았지만 가장 큰 변수가 되는 미국과의 '첫 단추'는 잘 끼웠다는 것이다.

◇백신 '55만명분+생산기지 확보'= 백신 확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상징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바이오·제약 기술력이 강한 한국에 백신을 주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반대 여론을 딛고 얻어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인 강준영 교수는 23일 "주한 미군이 있고 연합 작전을 펴는 한국군이 있으니 1차적으로 한국에 백신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이 기회가 돼서 다음 것을 얘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까지 보면 괜찮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백신 외교로 우군을 확보하려고 하는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위상을 세우려 한국에 백신을 줬다고 봐야 한다"며 "한국이 백신의 또 다른 생산기지가 될 수 있고, 전 세계적 팬데믹 위기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회담 전 일각에서 '백신 스와프설'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이 자체가 어렵다. 미국과 동맹인 67개 국가 중 40개국이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방역 상황이 제일 좋은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만 백신을 주기엔 처음부터 부담됐을 것"이라며 "그러니까 고민 끝에 나온 게 55만인 것 같다"고 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백신 55만 명분은 너무 적다"며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백신 스와프를 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반도체·배터리 투자, 경제 그 이상의 의미=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단순 경제적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제일 중요한 게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라 본다"며 "이 투자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대북 정책에 동조해준 부분이 있고, 특히 대규모 투자가 단순히 미국에만 유리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기술투자가 핵심이었다. 5G, 6G로 불리는 이동통신 기술 등에 대해 미국은 앞으로 중국을 배제한 채 기술 표준을 새로 끌어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이 동참한 것"이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경제분야에서도 미국과 같이 가면서 산업 경쟁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강 교수 역시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반도체를 군사 목적으로 전용하거나 부품화해 미국을 능가하는 사이버전술이나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라며 "민간기업이 전략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에 투자한다는 복합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완전한 비핵화 재확인= 이번 정상회담 중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보수정부에서도 이렇게 하기 힘들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원론적 입장 속에 미국과 발을 맞추면서 중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전부 포함됐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선언이 모두 들어가 있지만 전문을 들여다보면 이를 포함한 남·북, 미·북 간 모든 합의를 포함하고 있다. 북한이 싫어하는 6자회담까지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한국이 이 내용으로 북한과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성김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것은 긍정적 부분이다. 유연한 외교적인 접근을 강조함에 따른 조치로 이해되는데, 그럼에도 인권 문제를 함께 언급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언급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며 "이게 문재인 정부가 취할 진심이라면 옳은 방향으로 정했다. 다만 이후 갑자기 북한이나 중국을 만나 입장이 바뀌면 안 된다. 어렵게 쌓은 미국과 신뢰도 잃고 북한·중국과도 거리를 좁힐 수 없다"고 했다.

강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구체적 비핵화 프로세스가 없으면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진전이 없다면 트럼프식 일괄타결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CVID)를 다시 외치기 시작한 만큼 더 규범적으로 될 수 있으나 논의의 여지는 열어뒀다"고 내다봤다.

◇'대중 견제' 무릅쓴 한미동맹 강화= 한미동맹 강화와 대중 견제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의 평이 다소 엇갈렸다. 박 교수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단어는 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이라며 "여태까지 해온 것들 중에서는 가장 전향적으로 나갔다"고 했다. 박 교수는 "미사일 지침의 경우도 800㎞라는 기존 사거리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차원이었기 때문에 중국이 반대할 것이고, 북한도 한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을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후속조치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북핵 문제를 우리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문재인 정부를 미국 쪽으로 움직이게 만든 동력이 됐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을 보고 움직이는 상황이라, 문재인 정부로서는 미국에 조금 더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춰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는 구상을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강 교수는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번 회담으로 조금이긴 하지만 분명히 미국 쪽으로 기운 게 보인다. 중국 측이 심하게 반발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경 쓸 정도"라고 했다.

신 센터장의 경우 오히려 "쿼드라는 내용이 들어가고 북한 인권문제도 포함됐고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도 들어갔으면 국방·외교·경제에서 모두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 대만 문제까지 언급해 과하게 중국을 자극해 반발을 낳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이 자국의 주권 문제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데드라인인데, 이렇게 하면 시진핑 방한을 추진하는 청와대에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이 보이지 않게 한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미경·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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