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中 직접 언급 없었으나 인도 태평양 지역 유지, 대만해협, 미얀마 차례로 열거
일각서는 대북정책 협조 얻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시각도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는 그동안 공개적인 언급이 많지 않았던 '대만 해협' 문제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미중 현안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던 한국 정부가 미국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는 문장이 실렸다.

공동성명에는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미얀마 군경의 민간인들에 대한 폭력을 결연히 규탄하고, 폭력의 즉각적 중단, 구금자 석방 및 민주주의로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계속 압박하기로 약속했다.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미얀마 국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미얀마로의 무기판매를 금지하는 데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중국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모두 중국이 불편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이 직접 언급된 것과 비교하면 반중 전선 가담을 부담스러워 하는 한국 측 입장이 반영됐지만, 그럼에도 미국의 의중도 반영된 문구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한 한미가 기존 '사거리 최대 800km 이내'로 제한한 한국군의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해제한 것도 한국이 중국을 사정권으로 둘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직접 한반도에 자국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수로 풀이된다.

나아가 한미 간 경제 분야 협력도 미국의 안보 현안, 특히 중국 견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성명 내 기술 분야 협력에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는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희토류), 의약품 등 4개 품목은 물론 인공지능(AI), 5G, 차세대 이동통신(6G), 오픈 랜(Open-RAN) 기술, 양자(퀀텀)기술, 바이오 기술 등이 포함된다. 그간 미국은 해당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이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일 공동성명에도 언급된 오픈 랜은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5G 제품에 대한 대안으로 육성하는 기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도 미국이 개발한 백신을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하는 등 백신을 무기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쿼드(Quad) 4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백신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그간 중국을 의식했던 한국 정부의 태도변화를 두고 미·중 간 입장을 정부가 결정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대북정책 등에서 협조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첨단기술의 경우도 경제·산업적으로 미국과 협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같은 흐름 때문인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미국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도록 압박했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행운을 빈다(Good Luck)"고 했고,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며 "다만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함께 했다.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생각하면서 양국이 그 부분에 협력을 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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