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우리를 기념해주고 위로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 아이가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이종훈(당시 33세) 씨의 어머니 장부순(77)씨는 장기기증인 가족을 기억해주는 날이 생격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장씨는 이렇게 되뇐다. "종훈아, 너 안 잊혔어. 누군가 널 기억하고 있어"라고.
종훈 씨는 2011년 1월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장씨는 아들을 떠나보내면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덕분에 4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5월 14일은 올해부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로즈디데이(Rose D-day)'로 지정한 날이다. 장씨와 같은 장기기증인 가족(도너패밀리)을 위한 기념일이다.
사랑하는 이와 갑작스럽게 이별하면서도 생명을 살리겠다는 결정을 내린 장기기증인 가족들에게 가정의 달을 맞아 감사를 표하고, 그들의 사랑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5월 14일이 장미를 선물하는 '로즈데이'로 알려진 만큼, 이날 장기기증인 가족에게 '당신의 사랑을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빨간 장미를 선물하고 기념일은 도너패밀리(donor family)의 'D'를 따 '로즈디데이(Rose D-day)'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장씨는 "장기기증을 선택하자 처음엔 주변에서 '어떻게 엄마가 그럴 수 있느냐', '아들을 팔았다'고 비난해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이제는 사회 인식도 차츰 개선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09년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김기호 목사의 아내 서정(48)씨는 "가족을 잃은 도너패밀리들은 가정의 달인 5월만 되면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며 "이런 날이 만들어져 많은 분이 기증인의 소중함을 기억해주고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해주니 개인적으로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한 가족들이 어쩌면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는데 가족들에게 '잘했다', '생명을 살린 소중한 일이다'라고 말씀만 해주셔도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날은 장기를 기증받은 이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2017년 9월 심장 이식으로 새로운 삶을 선물받은 뒤 딸까지 출산하는 기쁨을 누린 김지은(32)씨는 "장기기증 덕에 한 사람이 살아서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날 수 있었다"며 "장기기증인 가족들께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으셨지만 자부심을 품고 사시면 좋겠다"고 했다.
본부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장기기증인 가족을 직접 만나지 않고, 기증인 가족에게 감사 문구와 장미가 담긴 그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캠페인을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배우 최지우·장혁 등 연예인 50여명과 일반인 3000여명이 참여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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