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공간·전시·축제 등으로 인기있었던 연남동 지자체 '경의선숲길 조성' 맞물리며 방문객 몰려와 '위성사무실'로 외지인 끌어들인 日카미야마와 닮아 "골목매력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발굴 중요"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시민들이 연남동 경의선숲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연남동의 '연트럴파크'와 일본 도쿄에서 600㎞ 떨어진 '카미야마 마을'.
한국과 일본, 전혀 다른 공간이지만 이들 지역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주택이 모여있는 한적한 마을에서 그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두 지역 모두 매일 외지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자연스럽게 골목상권은 젖과 꿀이 흐른다. 최근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상대적인 사정은 나은 편"이라는 게 지역 상권 분석 전문가들의 평이다.
무엇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일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답은 분명히 있다. 이런 답들을 모아 놓은 것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2020 우수상권 및 콘텐츠 사례집'이다.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살린 '풀뿌리상권'들을 살펴본다.
◇조용한 주택단지에서 '핫플'로= 연남동은 연희동의 남쪽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대부터 정비된 지역이 많아 고급 주택이 많은 연남동은 도시계획이 비교적 잘 돼있고, 주택과 주택 사이의 도로도 넓어 서울 시내에서도 대표적인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인접한 홍대의 젊은 창작자들이 모여들면서 네트워크가 형성되자 플리마켓과 공방 등 연남동 상권이 성장했다.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취재진이 방문한 경기도 구리전통시장. 비가 오는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놀러 나온 청년들과 장을 보러 온 시민들, 호객 행위에 한창인 상인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동욱기자 fufus@
특히 '어반플레이'라는 문화기획그룹은 연남동을 '브랜딩'하고 연남동만의 고유한 로컬 콘텐츠를 만들었다. 지자체와 협업한 어반플레이는 연남동을 대표하는 공간, 전시, 축제, 상품, 책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들을 연결해 방문자들을 끌어들였다.
여기에 지자체의 경의선숲길 조성사업과 골목길 정비사업 등 투자가 이뤄지면서 지금의 연남동 상권이 됐다. 민간의 콘텐츠와 지자체의 시설지원이 어우러져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었다.
소진공은 "연남동의 사례는 민간의 콘텐츠와 지자체의 공간 재생 사업이 선순환 구조로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이 유입되고, 새로운 공방, 카페, 식당 등이 지속적으로 생겨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주변 환경 개선의 일환인 지자체의 대규모 투자는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해 '연트럴파크'라는 별명으로 연남동 상권을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카미야마 마을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 주택마을이었다. 고령화와 인구유출로 빈 집도 늘어났다. 카미야마는 외지인을 끌어들일 방법을 고민하던 중 '위성사무실'을 떠올렸다. 대도시인 도쿄에서부터 600㎞ 떨어진 지역 특성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침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무실과 네트워크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던 일본 IT기업들은 카미야마에 위성사무실을 두기 시작했다.
카미야마는 전 세계 예술가들을 마을로 초청해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마을을 외부인에게 열린 곳으로 만들기 시작하는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이주한 사람들이 새로운 가게를 열면서 점차 마을은 다양한 구성원들로 채워졌다.
소진공은 "카미야마의 마을 되살리기 과정은 이곳에 와서 일하면서 살고 싶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조건의 사람을 선별적으로 공모하는 방식이었다"며 "양질의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이 커뮤니티에 들어와 살고 싶을 만한 공간들을 마련하자 창의적인 사람들이 마을로 찾아 들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민관이 협업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광주 1913송정역시장 추진협의회 구성도. <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민관 협업'이 지역경제 활성화 '열쇠'= 정부가 나서서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사례도 많다.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경우 참여도가 높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독특한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효율성이 다소 떨어지고 비용 문제로 큰 사업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정부 주도로 사업이 추진되면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전면 재개발' 방식이 될 우려가 있다. 정부가 주민들과 함께 민관 협력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을 꾸린다면 양쪽의 장점을 안고 갈 수 있다.
미국의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은 지방 도시 구도심의 쇠퇴한 중심가로(Main Street)의 역사적 정체성 유지와 실질적인 상권 활성화를 강조하는 도심 재생사업이다. 민관협력을 기반으로 연방정부(중앙정부)-주정부(지방정부)-지역 단위의 단체와 시민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민관 협력과 주민들의 참여에 기반해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달성하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미국 전역 2000여개 상업지구에서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보스턴시다. 시는 보스턴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을 도입해 도시 내 근린 상권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추진했다.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에 대해 시 정부 재원과 기업의 기부로 1대1 매칭 펀드가 요구된다. 개인이나 조직이 소유한 건물의 리모델링을 할 때 절반은 시가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유자가 독자적 재원을 사용해 부담하는 식이다. 민관 파트너쉽을 활용해 현지 기업이 각 커뮤니티에 '코퍼레이트 버디'(친구 기업)로서 협찬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광주 KTX 송정역 맞은편에 위치한 1913송정역시장도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협업으로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사례다.
원래 '역전시장' 혹은 '송정역전매일시장'으로 불렸던 1913송정역시장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고 활력을 잃은 전형적인 재래시장이었다. 55개 점포 중 30% 이상이 문을 닫았고, 상인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이어서 자생적으로 시장을 되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송정시장을 살리기 위해 민관이 손을 잡았다. 광주광역시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차 그룹이 협력해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약 1년 동안 민간 자금과 시비를 포함해 총 15억7000만원이 투입됐다.
기존의 낡은 가게들을 재단장하는 과정은 먼저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간판과 천막 디자인에 대해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니즈를 파악했다. 비어있던 17개 점포는 중소벤처기업부와의 협업을 통해 청년상인들을 모집해 채웠다.
상인 대상 교육도 진행됐다. 매출 관리, 진열, 접객, 내부 정리법 등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사례 중심의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됐고 각 점포별로 고객 관리, 홍보문구 개선, 제품 포장 등 영업 개선 방안에 대한 맞춤형 클리닉 컨설팅도 이루어졌다.
소진공은 "시장을 재활성화하기 위한 지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시장에 더 이상 지원이 없어졌을 때도 시장의 활력을 유지하면서 사업의 효과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상인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적 내용의 교육을 진행한 점은 참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