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 실거주 목적으로 임차인이 있는 아파트를 구매한 집주인이 임차인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판결 내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까지 지급한 경우 임대차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도 이와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있는데, 구체적인 판결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문경훈 판사는 아파트 소유권자인 A씨 부부가 임차인인 B씨 부부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서 "임대차 계약 종료일에 5000만원을 받고 아파트를 넘겨라"며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A씨 부부는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약 3주 전인 지난해 7월 5일 실거주 목적으로 B씨가 임차인이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아파트 매수 계약을 하고 같은 해 10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B씨의 임대차 계약 만료 예정인은 올해 4월 14일이었다. 하지만 B씨 측은 A씨가 소유권을 넘겨받기 직전인 작년 10월 5일 기존 집 주인에게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B씨는 A씨가 집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에도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그러자 A씨는 "이전 집 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해 B씨와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며 법원에 건물 인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었다"며 "원고들로서는 계약 당시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자신들이 실제 거주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라며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매계약 당시 도입될지 알 수 없던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실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면 이는 형평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B씨 부부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현금 공탁 조건으로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항소심은 같은 법원 민사항소3-3부(주채광 석준협 권양희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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