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금융부장
김현동 금융부장
김현동 금융부장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로 흔히 '의식주'(衣食住)를 꼽는다. 입고(의류), 먹고(식품), 자는(주거) 것만 해결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의식주' 대신 '식주금'(食住金)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고령화와 저금리 장기화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4050은 연금 등 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융에 무관심했던 2030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동학개미, 서학개미를 대변하고 있다. 2030은 작년 주식 열풍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코인 광풍의 중심에 서 있다.

금융의 위상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퇴직연금 수수료 전쟁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19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근무하는 기업에서 받는 퇴직금과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본인이 추가로 납입하는 개인납입금 모두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삼성증권의 선공에 증권업계 IRP 1위 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5월 중에 기존 고객까지 포함해 IRP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의 IRP 적립금은 3조원을 웃돈다. 삼성증권의 도발에 충분히 대응할 여유가 있다. 삼성증권의 선전포고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유안타증권이다. 유안타증권은 IRP 계좌에 부과되는 모든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증권업계 IRP 적립금 최하위 사업자로서 전면전을 각오한 결단이다.

IRP는 절세혜택이 주어지는 세액공제상품이라서 강제저축의 성격을 띄고 있다. 연금저축 400만원, IRP 계좌 300만원까지 최고 16.5%(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해 700만원을 납입하면 연말정산시 115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총급여 5500만원 초과시에도 92만4000원의 세금혜택이 있다.

증권업계의 IRP 수수료 전쟁은 세액공제만이 아니라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RP 계좌를 이용해 해외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해 수익이 발생하면 일반계좌에 비해 낮은 연금소득세를 납부한다. 이 때문에 투자에 눈뜬 2030의 IRP 신규 계좌 개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사실 IRP 수수료 전쟁은 증권이 아닌 은행에서 먼저 시작됐다. 2017년 IRP 가입 대상이 자영업자와 특수직역연금가입자(공무원·교직원·군인·별정우체국 직원연금)로 확대된 이후, 은행권은 파격적인 수수료 혜택을 제공했다.

하나은행은 2019년 은행권 최초로 IRP 수수료를 인하했다. 만 19세부터 34세 가입고객에게 수수료를 70% 인하하고, 만 55세 이후 연금수령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최대 80%까지 인하했다. 같은 해 신한은행은 IRP 계좌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고객 수익률 없이 수수료 없다'는 정책은 신선했다. 진옥동 행장의 고객 수익률 우선 철학을 바탕으로 IRP 운용관리수수료 최대 70% 감면 정책도 제시했다. 10년 이상 장기 가입, 연금방식 연금수령, 만 34세 이하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퇴직연금 고객을 잡겠다는 방향 자체는 적중했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였다. 퇴직연금 누적손실이 발생하면 운용·자산관리 수수료 면제 방침을 밝혔다. 퇴직연금 최우선 과제를 '고객수익률'로 정하고, 연금 수령 고객에게는 운용관리수수료를 면제하고, 손실이 발생한 고객에게 모든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퇴직연금은 원금보장이 최우선 목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0년을 거치면서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한 확실한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고객 수익률을 강조하던 은행 퇴직연금의 침묵은 의외다. 국민은행의 IRP 적립금은 7조원이 넘고, 신한은행도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은행의 IRP 규모가 증권보다 곱절이지만 수익률은 반토막 수준이다. IRP 수수료를 없애서라도 고객 수익률 제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퇴직연금은 은퇴소득의 핵심 재원이자 노후를 위한 든든한 방어막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55조원에 이른다. 고객은 퇴직연금 사업자를 믿고 자산운용과 관리에 따르는 수수료를 매년 내고 있다. 그런데 퇴직연금 수익률은 제도 유형별로, 사업자별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고객수익률을 외치던 허인 국민은행장이나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응답할 차례다.김현동 금융부장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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