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로나 종식돼도 정신건강 악화 지속”
당대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의 삶에 부정적 영향
발달장애, 어린이·청소년, 태아·산모 등 광범위하게 미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코로나 블루'를 넘어 '만성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발달 장애인과 어린이, 청소년 등의 정신건강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이에 따른 정신건강서비스 접근성 제약,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코로나19 팬데믹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만성 코로나 시대'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결코 나아지지 않고, 다음 세대까지 장기적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우울증 등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1만6727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19 팬데믹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96만3239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6.7% 증가했고, 2016년에 비해선 무려 30.7% 급증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전후 기분장애 진료 중 '지속성 기분 장애'와 '상세불명의 기분장애'는 각각 22.5%, 14.2%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이후 국민 정신건강 변화를 비교한 조사에서도 '우울 위험군'은 2018년 3.8%에서 2020년 22.1%로 가파르게 증가했고, '자살을 생각한 응답'은 같은 기간 4.7%에서 13.8%로 3배 이상 높아져 국민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신건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서 국민들의 정신건강 수준이 저하됐고,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예전처럼 정신건강이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은 최근 열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정신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종식 이후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람의 정서와 행동 증상 등 정신건강에 이상을 주는 '만성 코로나(Long COVID)' 시대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정신건강 악화는 중증정신질환자과 발달장애인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재발 위험 가능성이 다른 질환자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신재활시설이 문을 닫는 날이 많아지면서 정신건강 치료 서비를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정신건강이 당대에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실제, 1918년 스페인 독감 팬데믹과 1960∼1980년 사이 독감 대유행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다른 출생 시기의 아이에 비해 학력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고, 신체장애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는 진단 후 정신질환이 발생한 위험이 독감, 다른 호흡기질환, 피부 감염 등의 질환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건강 악화를 지적하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부모의 스트레스 증가, 집콕에 따른 불규칙 수면, 신체·야외활동 감소 등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달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이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증가로 이어져 이른바 '쉐도우 팬데믹'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112신고 건수는 84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515건)보다 12.5% 증가했다.

나아가 코로나19가 산모와 태아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임신기간 동안의 불안 증상 등으로 인한 태아 뇌발달과 성장 저해뿐 아니라, 집 밖에서의 활동 제한, 타인과 상호작용 감소, 마스크 쓰기 등이 언어와 소통 기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성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남윤영 부장은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경로로 나타나고 있고, 계속 분화하고 있다"며 "정신건강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자원 투입과 공공 보건의료 서비스 확충, 원격서비스 인프라 활용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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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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