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월 소비자물가 4.2% 상승 예상치 보다 0.6%p높아 4월 개인소비지출 물가도 3.3% 내외 콘 폭 오름세 예상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와 공급 병목 현상 등이 향후 수개월간 물가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 지속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한국은행은 예상치를 크게 웃돈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 요인이 향후 수 개월간 지속적으로 물가 변동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은 기저 효과, 주요 서비스 업종의 경제활동 재개, 반도체 등 주요 원자재의 공급차질 등이다.
13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美 4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 및 평가' 보고서를 내고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것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앞서 12일(현지시간)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오르면서 시장예상(3.6%)을 크게 상회했다. 전월 대비로도 0.8%(예상 0.2%)올랐다.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기저효과에 반도체 등 공급 부족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이 가세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0%(예상 2.3%), 전월 대비 0.9%(예상 0.3%)로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한은은 4월 소비자물가 큰 폭 상승은 상품가격 급등(전월대비 2.0%)에 주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상품가격 상승은 중고차(10.0%) 부문이 주도했고, 서비스가격은 항공요금 등 운송(2.9%) 및 숙박(7.6%) 부문 급등에도 불구하고 지수내 비중이 높은 임대료(Rent 0.2%, Owners' eq. rent 0.2%)에 영향 받으며 상승폭이 제한(0.5%)됐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 큰 폭 상회의 영향 등으로 금리는 상승하고, 주가는 금리 상승 부담 등으로 하락하였으며, 미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금리(10년물)는 4월 CPI의 상승률과 인플레이션 기대 강화 등으로 전일 대비 0.07%포인트 오른 1.69%를 보였다.
주가(Dow지수)는 3만3588로 전일 대비 2.0%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기업수익(margin) 압박, 연준 완화정책 축소 우려 등으로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 하락한 영향이다.
미달러화(DXY지수)는 미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상당폭 강세를 보였다. 전날보다 0.7% 오른 90.8을 기록 중이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물가급등에 대해 기저효과, 주요 서비스 업종의 경제활동 재개, 반도체 등 주요 원자재의 공급차질 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중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급감으로 물가 오름세가 상당폭 둔화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재화 및 서비스 모두 가격 상승률이 큰 폭 확대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항공, 숙박 등의 업종이 그간의 감소세에서 큰 폭 플러스로 반전하는 등 코로나19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던 물가의 오름세도 크게 확대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4월 CPI 상승은 숙박·항공운임 등 코로나19 민감 부문 및 중고차 부문이 주도하였으며, 이러한 일시적 요인에 따른 리플레이션이 늦여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중고차 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등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여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가격상승이 4월로 앞당겨진 측면(pull-forward of reopening effects)이 있어 수요·공급이 정상화되면 일부 부문에서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PI 내용 감안시 4월 근원PCE는 전월대비 0.47%(전년동월대비 2.75%)가 예상되며, 내일 발표되는 4월 PPI(예상 0.3%, 전월대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피 모건은 "4월 CPI는 기저효과, 자동차 공급망 문제, 관광 재개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대단히 견조했다. 근원물가는 중고차(10.0%), 항공운임(10.2%), 숙박비(7.6%) 등 높은 상승률을 보인 부문을 제외하더라도 0.4%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가격은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면서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나, 숙박비와 항공운임은 팬데믹 전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으며 팬데믹 전 수준 회복 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OER 및 의료 부문 등 기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이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CPI를 일방향으로 해석하기 어렵게 함(mixed)한다. 4월 PCE는 전월대비 0.44%(전년동월대비 2.7%) 상승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월 근원 CPI 중 숙박·항공운임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각각 17.7%, 4.9% 밑돌고, 최근 중고차 가격 상승폭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CPI 상승 압력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이번 CPI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강한 일시적 물가상승 요인들이 기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얼마나 연결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시티는 일시적인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중고차 상품가격 상승폭이 더욱 확대돼 당분간 소비자물가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반적인 상품가격 오름세는 광범위한 공급차질의 여파가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웰스파코는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이 과도해 보이나 일시적 요인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관심 등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이번 CPI상승률을 보면 조만간 발표될 4월 개인소비지출(PCE)도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임대료가 향후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올해 중 근원 CPI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를 상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