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 지도부가 11일 협상의 장을 열고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등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조율에 나섰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날 청와대는 오는 14일까지 장관 후보자 3인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재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사실상 야당의 '지명철회' 요구를 거부하고 임명 강행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 여야 대치 정국이 앞으로 더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다. 신임 원내대표로 취임한 뒤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얼굴을 맞댄 것이다. 그러나 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개각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 국무총리 인준안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같은 코로나 시기에 행정직을 총괄하는 총리 자리를 하루라도 비울 수 없다"며 "다른 장관 문제에 연연하지 말고 통 크게 총리 인준 절차를 마무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권한대행은 "여러 가지 현안이 생길 때마다 여야가 서로 대립하면 여당이 큰 집이고 넉넉한 집안에서 어려운 서민 살림 챙기듯이 야당을 배려하는 게 통큰 정치 아닌가"라며 "야당 입장에서 통큰 정치를 하고 싶어도 가질 대상이 없으니까 늘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민주당이 야당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회동에 앞서 가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전날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인사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여당은 합리적 견제와 균형 역할은커녕 대통령 눈치나 보면서 기본 책임조차 내팽개칠 태세다. 대통령의 오만이 나라를 이렇게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결국 회동은 빈손으로 끝났다. 원내대표단은 오후에도 재회동을 갖고 입장 차 좁히기를 시도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야당 반대에 부딪힌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후보자 거취를 두고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낙마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날 당내 재선 의원들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민주당은 청와대에 찬반 의견을 모두 전달하는 것으로 정리했지만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하자 공개적인 목소리도 커졌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SNS에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반면 친문인 전재수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를 완전히 박탈해 버릴 만한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건은 아니다"라고 임명에 무게를 뒀다. 청와대 출신인 초선 신정훈 의원은 SNS에서 "야당이 후보자들을 정략의 잣대로 낙인찍어 발목 잡는다"고 비판했다. 김미경·임재섭기자 the13ook@dt.co.kr
윤호중(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회동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