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쏘시스템 '시뮬리아' 적용 거리두기 구조·동선 재설계 가상 환경에 현실세계 복제 중국·유럽 잇따라 공간설계
구내식당 내 확진자의 비말 확산 시뮬레이션. 다쏘시스템 제공
전 세계가 코로나19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비말확산, 공기흐름 등을 시뮬레이션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공간혁신'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중이 이용하는 학교, 병원, 공연장, 매장 등에서 충분한 사회적 거리를 두도록 구조와 동선을 재설계하는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3D 설계·제조 솔루션 기업 다쏘시스템에 따르면 가상 환경에서 수식, 물리학, 공학 등을 적용해 현실 세계를 구현하는 '버추얼 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 솔루션 '시뮬리아(SIMULIA)'가 세계 각국의 공간설계에 속속 적용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자동차 충돌, 항공기 공기저항 실험 등에 쓰이던 솔루션이 코로나 사태 이후 병원, 공연장, 학교 등의 공간 분야에 쓰이고 있는 것.
시뮬레이션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비말 입자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3D로 시각화하고, 실내 공간의 공기 흐름과 물질의 성질을 해석해 비말 확산 경로와 표면 오염도를 계산해 3D로 모델링한다. 실내 온도, 감염자의 바이러스량, 비말 입자의 평균 지름 등을 변수로 수백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바이러스 노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공간설계가 가능하다.
프랑스 파리의 필하모니드파리 공연장은 락다운 후 재개장을 앞두고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를 측정하기 위해 대형 콘서트 홀을 컴퓨터 상에 3D 모델로 구현해 내부 환풍구, 계단, 좌석, 무대 주위의 공기흐름을 분석했다. 또 일부 관람객이 기침할 때 다른 관객이나 연주자, 지휘자에게 퍼지는 비말확산 경로를 시뮬레이션 했다. 그 결과, 모든 관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좌석의 환풍구 구동을 50% 줄이면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최상층부터 무대까지 이어지는 콘서트홀의 독특한 곡선형 구조와 내부 환풍구 위치가 공기흐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것. 분석결과를 토대로 실외와 유사한 조건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환경을 갖췄다.
세계적인 제약·화학 기업 독일 GEA그룹은 2000명 가까운 직원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을 폐쇄 후 정상 운영하기 위해 공간 시뮬레이션을 했다. 이를 통해 공간 내 공기흐름과 감염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확진자가 기침을 할 경우 비말 확산경로, 주변 오염 가능성, 비말 농도가 높은 구역을 파악했다. 이후 출입구와 좌석 배치, 조리 공간과 식사 공간 분리, 환기시스템 개선 조치를 취했다. 국내 한 기업도 구내식당 공간을 시뮬레이션해 식사 중 감염을 최소화하는 공간구조를 갖췄다.
확진자에 노출되는 병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변화 중이다. 프랑스 파리공립의료원 산하 피티에-살페트리에르대학병원은 환자와 의료진의 바이러스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확진자 주변의 환풍구와 공기순환 시스템, 파티션 구조를 바꿨다. 병원은 확진자가 비확진자가 함께 있는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확보하고 취약한 공간의 구조를 개선했다.
코로나19 초기, 환자 긴급 수용을 위해 세워진 중국 우한 레이선산병원은 바이러스 감염·확산 경로를 사전 시뮬레이션해 격리구조를 구축했다. 전체 환기·공조 시스템을 사전에 테스트하고, 병실 환기장치와 병원 자체 환기장치를 시뮬레이션한 후 설치했다. 특히, 병원 내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 음압병실 레이아웃을 특수한 구조로 설계하고 실외 배기관의 분출 영향도도 시뮬레이션 했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면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회사, 학교, 병원 등 다중 이용공간의 안전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증명된 기술과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선진 기업들은 가상 공간을 활용해 현실 공간을 개선하는 시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무실 내 확진자가 기침할 때 입을 가리지 않았을 때와 가렸을 때의 비말 농도 시뮬레이션. 다쏘시스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