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영상 캡처]
지난 5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영상 캡처]


'살아 있는 권력'의 시민 고소와 내로남불 사례가 잇따르면서 나날이 '문(文)주주의'를 실감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과 여권 인사들을 비판·풍자하는 전단을 돌린 청년 김정식 씨(34)를 '모욕죄'로 형사 고소한 사실이 결국 드러난 게 대표적이다. 유일하게 '불소추 특권'을 지닌 현직 대통령이 '본인의 개입 없이 진행할 수 없는' 친고죄 소송을 걸어 한 시민에게 22개월간 수사기관의 압박에 시달리게 했으니 '상식 배반'에 다름 없었다. 수사 및 송치 과정에선 경찰이 '고소 주체'에 함구하더니, 지난 4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고소 취하를 브리핑하면서까지 "처벌 의사 철회 지시"를 했다는 간접 화법을 고수한 것도 '망신살'을 최소화하자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대변인을 통해 전달된 문 대통령의 입장은 그 같은 고려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우선 자신이 대선후보였던 2017년 2월9일 종편 방송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냐'는 질문에 "참아야죠 뭐"라고 자신 있게 답했던 것을 뒤집고도 사과가 없었다. '북조선의 개' 표현이 담긴 김 씨의 '민족문제인연구소 전단'을 고소 핵심 사유로 들면서 "일본 극우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해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를 했다고 규정한 것도 어색하다. 문 대통령은 야당 의원 시절인 2014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 밀회설'을 제기한 일본의 한 극우신문 기자에 대한 시민단체의 명예훼손 고발 사건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국제적 창피'라고 꼬집으며 "우리 당이 집권하면 거기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같은 이중잣대 논란을 뒤로 하고 문 대통령 측은 김 씨에게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훈계'했다. 나아가 "(앞으로도)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언급으로 유사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을 열어두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6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SNS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모욕죄로 고소한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심각한 협박"이라며 "고소를 취하하면서까지 '좀스러운' 행태"라고 맹폭했다. 원 지사는 또 "친고죄가 아니었다면 또다시 선한 '양의 얼굴'로 '아랫사람인 비서관의 실수'라고 둘러댔을 것"이라며 "단군 이래 최고의 위선자, '조국'을 넘어서는 우주 최고의 위선자"라고 쏘아붙였다.



현 정권에는 시민 무더기 고소를 '본보기'로 내세우는 부총리급 국가기관장도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취임 반년여 만인 지난 1월31일 공개 SNS에 "국정원장 임명 후 허위사실, 명예훼손 포스팅한 네티즌 4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며 일부 시민의 처벌 사실을 전했다. 특히 그는 "한동안 조용하더니 다시 명예훼손, 허위사실을 포스팅하는 네티즌이 있어 '캡처'했다"고 부연했다. 일국의 정보기관의 장(長)이 일반 시민의 인터넷 활동을 지속적으로 들여다 보고 형사조치 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2010년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국정원이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2009년 2월) 당시 이강진 총리실 홍보수석을 사찰했다는 정황을 들어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게 박 원장이다.

원 지사가 재론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유사 사례로 꼽힌다. 앞서 2019년 10월 장관 임명 35일 만에 낙마한 뒤로, 조 전 장관은 자신과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을 '줄고소'하는 한편 SNS를 통한 '좌표 찍기'를 병행하면서 '죽지 않은 권력'을 과시했다. 그러던 중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복병'을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해당 기자의 '국민참여재판'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되레 자신이 재판정에 설지 주목 받게 된 것이다. 발단은 지난해 1월30일자 '조국 추정 ID 과거 게시물'을 화두로 올린 보도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특정 커뮤니티 계정 동향을 미루어 조 전 장관이 실소유자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조 전 장관이 기자의 허위사실 적시 여부, 비방의 목적 등을 입증해야 하는 입장에서 '쉬운 재판'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월 31일 자신의 취임 이후 일부 네티즌을 추적 고소, 형사처벌에 이르게 한 사실을 SNS로 전한 바 있다.[사진=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페이스북]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월 31일 자신의 취임 이후 일부 네티즌을 추적 고소, 형사처벌에 이르게 한 사실을 SNS로 전한 바 있다.[사진=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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