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 따른 IT제품·부품 강세 10대 주력수출품목 순위만 바껴 중국과 효자종목 겹쳐 큰 부담 바이오·의약품 부진 문제점 지적
미주로 수출되는 화물을 싣고 부산항을 출항하는 SM상선의 SM뭄바이 호. <SM상선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10년 전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과 현재 품목을 비교하면 현저한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수출 효자 종목은 석유제품과 선박이 확실히 시장을 주도했었고 반면 반도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1년 4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석유제품이 무려 전년 동기보다 79.8%나 급성장했고, 선박 역시 56.1% 증가하면서 수출 성장세를 이끌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글로벌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선박 역시 투자가 살아나면서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가 큰 폭으로 늘었다.
그와 비교해 최근의 수출 동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본격 확산으로 글로벌 밸류체인 마비가 서서히 풀리면서 전반적인 수출 회복세가 나타났지만, 주력은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이끌었다.
당시와 지금 모두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10년 전에는 주로 에너지 자원개발과 같은 대형 사업이 시장 회복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IT제품·부품을 중심으로 한 소비 회복이 수출 호조를 주도하고 있다.
위기의 형태가 다르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0년 전에는 금융시장이 위기의 주 요인이었기 때문에, 주요 국가들이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경기회복 수단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 전염병 창궐이라는 전무후무한 물리적 위기였던 만큼 소위 '보복소비'가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물리적 제약은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업무, 교육의 혁신으로 이어지면서 4차 산업혁명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은 향후 수출회복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표면적으로 상위 10대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10년 전이 71.8%로 지난달(66.9%)과 비교하면 수출 품목의 다양성은 더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은 더 가중됐다. 10년 전에는 두 자릿수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석유제품(10.7%) 단 하나 뿐이었다면, 지금은 반도체가 무려 18.3%나 차지하며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한때 20%를 넘을 만큼 'K-반도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품목으로 자리를 굳혔다.
문제는 반도체 가운데서도 메모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메모리 수요는 장기적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지만, 시장 흐름은 마치 파도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대량 투자가 필요해 생산량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급증하는 특성이 있어 공급과잉과 공급부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해주는 시장이 메모리보다 상대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인 시스템반도체다. 그렇지만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기반은 글로벌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 전반적인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다.
차세대 수출 유망품목에 대한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9년 기준 글로벌 10대 수출품목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10대 수출품목 의존도는 46.3%로 다른 국가들의 평균인 36.0%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특히 중국과 주력 품목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경련 측은 지적했다.
여기에 반도체와 비교해 열악한 서비스업과 바이오·의약품 등의 경쟁력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순위는 바뀌었지만 10대 주력 수출품목 명단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의 수출품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체돼 있다"며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는 우리 미래 수출 경쟁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