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안 중구난방식 발의 담당부처 없어 제도화 의문 영끌 2030세대 부채규모 상당 과세방침 유지에 불만 고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가 급증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치권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방침에 엇박자를 내며 되레 2030 세대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역시 가상자산 '제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내년부터 관련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젊은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소득세법 시행을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은 2022년 1월1일부터 발생하는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인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윤창현 의원 측은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는 상태에서 세금부터 매기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본다. '선 정비·후 과세'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예 가상화폐에 대한 수익은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또'와 같은 복권 당첨금에 부과되는 기타소득을 가상화폐에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미로, 주식 매매와 유사하므로 금융투자소득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기타소득은 250만원이상에 대해 과세하지만 금융투자소득은 전 금융상품을 아울러 5000만원까지 공제 규모가 늘어난다. 노 의원은 지난달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향해 "내년부터 세금을 걷겠다면서 투자자 보호조차 못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예 '(가칭)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가상자산업체가 신규 자산을 거래소에 등록할 때 발행 규모나 위험성을 적은 백서를 제출하고, 예치금을 금융기관 등에 별도 보관해 사기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는 안이 골자다.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거래소의 투자자 실명 확인 의무도 담길 예정이다.
주요 선진국이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논의를 일단락한 시점이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법안은커녕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도 명확지 않아 이처럼 법안이 중구난방식으로 발의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부조차 가상화폐 제도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주무부처도 명확지 않아 입법 자체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가상자산을 금융투자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의견"이라며 "규제나 보호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앞서 가상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 규율에 엇박자를 내는 사이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20·30세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대 거래소 투자자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중 20대가 32.7%, 30대가 30.8%로 전체로 20·30세대가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청년층은 '가상화폐 시장의 제도화에는 반대하지만 과세 방침은 변함없다'는 정부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발언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 국민청원에는 16만명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정부의 규제 방침에 가상화폐 시장이 들썩이면서 최근 투자 손해를 봤다"며 "공식적인 자산으로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세금을 거두겠다는 건 이중적인 행태"라고 반발했다.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불어난 빚으로 인한 청년층의 부담이 늘었는데, 이 와중에 가상자산 투자마저 정부의 입김이 미치면서 불만을 고조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월간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젊은층이 선호하는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7000만원이었다. 지난해 20대의 연평균 소득이 3533만원, 30대는 6346만원이란 점을 고려할 때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도 30대는 15년, 20대는 30여년이 걸리는 셈이다.
부채 규모 역시 상당하다. 20대의 전국 평균 부채는 3479만원, 30대는 1억82만원이었고, 40대는 1억1327만원이었다. 소득과 자산이 축적된 40대에 비해 사회초년생으로 볼 수 있는 20대와 30대의 부채는 다소 과중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