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학 안가는 사람에게 세계여행경비 1000만원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연타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 지사와 여러 차례 '재산비례벌금제(일수벌금제)' 논쟁을 벌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자신의 SNS에 "'학력으로 임금차별을 하지 말자'는 화두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4년간 일한 사람과 4년간 대학 다닌 사람 보상이 같아야' 한다는 이 지사의 구호 비슷한 발언은 심각한 자기모순이거나 시대를 읽지 못하는 식견을 내비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가 앞서 4일 경기도청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헌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과 고졸 취업지원 업무협약을 하면서 "4년간 대학 다닌 것하고 4년간 세계 일주를 다닌 것하고, 어떤 게 더 인생과 역량개발에 도움이 될지 각자 원하는 대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대학 미진학자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싶다"고 발언했다. 대학진학이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윤 의원은 "첫째,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해 4년 경력을 쌓아야 대학졸업생과 보수가 같아진다면, 그게 바로 차별"이라며 "학력차별 철폐를 외치면서 이런 예를 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사회 전체를 놓고 본 경우라면 더 심각하다. 대졸과 고졸 임금차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 국가전략의 핵심, 교육수요와 공급의 문제"라며 "대졸자와 고졸자간의 보수차이가 과하면 분배와 통합을 해치지만, 인적투자를 권장하고 열정을 품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대학교육의 질과 접근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지난 40여년간 선진국의 경제 성장과 분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어 "이 지사의 말대로라면, 대학원 석사의 보수는 대졸자와 단2년 경력 만큼만, 박사는 5년경력 만큼만 차이나야 할까? 그렇게 쉽게 얘기할 주제가 아니다"라며 "급변하는 기술환경 속에서 필요가 큰 인력은 변화의 과실도 많이 딴다. 그것이 젊은이들의 열정에 불을 지핀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런 좋은 인력을 신속하고 충분히 배출해 희소가치를 줄이는 교육은 경제도 성장하고 분배도 향상시키는 길이다. 우리시대 최대의 화두, 교육과 기술의 경주(The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라며 "우리의 교육은 지금 이 경주에서 패배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무거운 주제다. '대학안가는 사람에게 세계여행용 천만원'처럼 선정적인 낚시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 의원은 "덧붙이자면, 맹목적인 진학을 유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조건 대학안가면 천만원준다'는 것 역시 비젼도 책임도 없는 포퓰리즘"이라며 "여행에서 배울 게 많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대학생이든 아니든 세계여행 제안을 받아 선정해 지원하면 좋겠다. 정부 돈보다 장학재단이나 민간재단들과의 파트너십이 더 좋겠다"고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 지사의 제안을 '허경영급 사탕발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이제 사탕발림 공약들도 단위가 기본이 천만원대"라며 "어느 순간에 허경영씨를 초월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대학 안 간 분들은 이 이야기 들으면서 모멸감을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고 개탄할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청년 일자리 문제, 고졸 차별 대우에 대한 대책이라는 게 고작 세금으로 세계여행비 내 주자는 것이냐"면서 "허경영 씨를 존경한다더니 정책마저도 허경영 씨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박 부대변인은 "국가 예산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뜬구름 잡는 소리로 청년을 현혹하지 말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이재정 교육감, 이헌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청장 등과 함께 고졸 취업지원 기반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