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문재인 대통령이 "상반기 1200만명 접종 목표를 1300만명으로 상향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시기별 도입물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2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우리나라 인구 두 배 분량의 백신을 이미 확보했고, 4월말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10% 이상 초과 달성하는 등 접종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5월에도 화이자 백신은 주 단위로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이 앞당겨 들어온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백신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AZ와 화이자 백신 모두 물량 부족을 겪고 있다. 남아있는 물량은 AZ 백신이 38만 회분, 화이지 백신은 53만 회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의 접종 속도를 고려하면 기껏해야 일주일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 백신접종센터 중 상당수가 지난달 30일 이후 1차 접종 예약을 받지 않거나 예약 인원을 최소화하고 있다. 당장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대상인 7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상당수가 접종 연기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됐다. 결국 정부는 이날 오후 합동브리핑을 열고 2분기 접종 계획을 밝혔다. 벌써 다섯번째 2분기 예방접종 계획의 수정 발표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은 앞으로 수급은 문제 없을 것이고 전체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란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추가 계약 체결이나 확보라는 말을 수없이 해왔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아는 국민들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더 이상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대책의 투명성은 신뢰를 얻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계획보다 늦어지면 이를 공개하면서 사과할 일은 사과하면 된다. 이번에도 백신 수급 실패에 대한 사과 없이 장밋빛 전망만 내놓았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이다. 이런 사이에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고 있다. 백신 수급과 접종 계획을 좀더 명확하고 솔직하게 밝히는 것만이 가장 올바른 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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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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