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금리 0%대 유지와 상반
예대금리차 1.91%p 최대치 갱신
시장금리 상승에 더 벌어질수도
차주들 이자부담 증가 불가피

0%대 예금금리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반대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셔터스톡>
0%대 예금금리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반대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셔터스톡>
제로금리 시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면서 '가계대출' 부실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총액 관리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지만, 오히려 빚의 '리볼빙'(선순환)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은행들의 가계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반면 예·적금 금리는 지난해 6월부터 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보면 3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88%로 2월(2.81%)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3.61%에서 3.70%로 0.09%포인트,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66%에서 2.73%로 0.07%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는 2개월, 주택담보대출은 7개월 연속 올랐다.

3월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2월(3.70%),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9년 6월(2.74%)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대해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은행채 금리 등 가계대출의 지표금리가 오른 데다 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기업 대출 금리도 지표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장기대출 비중이 오르고 일부 은행의 고금리 대출 취급 등의 요인도 더해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금리 평균은 0.86%였다. 전달보다 0.01%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째 0%대를 못 벗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의 대출 금리와 저축성수신 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1.91%포인트로 2월(1.89%포인트)보다 0.02%포인트 커졌다. 2017년 9월(1.93%포인트) 이후 최대 폭이다.

은행 예대금리차 상승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평가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고되면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개인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적용해 일정 비율을 넘기면 대출을 자제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 주요 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도 예대금리 차 확대에 변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3일(현지 시간) 1.6251%로 0.0174%포인트 낮아졌지만,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두 달 전(1.51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3일 기준 2.13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장기 대출 상품인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신용대출 금리도 시장금리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말 0.886%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곧바로 오르는 중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일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3.03~3.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2.92~3.57%)과 비교해 하단이 0.11%포인트, 상단은 0.15%포인트 높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에 더해 최근 시장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대출금리도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에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대출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형기자 ybr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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