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투쟁' 내걸며 與圈에 "허울뿐인 협치 운운은 그만" 당무개시 전 코로나19 손실 소급보상법 촉구 농성장 찾아 일자리·백신·부동산 의제 민생 여야정 협의체 구성 촉구 與 법사위원장직 고수엔 "장물 돌려줄 의무뿐" 각 세워 원내대표 당선 일성으로 "자강(自强)이 우선"이라던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즉각 대여 강공 전선을 구축하며 정국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당무 개시 첫날인 3일 그는 '민생 투쟁'을 새 구호로 내거는 동시에 여권과 '보여주기 식 협치(協治)'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첫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치 투쟁, 권력 투쟁에서 벗어나 '국민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생 투쟁'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진영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국민 행복' 관점에 맞춰 과감히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허울 뿐인 협치를 운운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국민 삶과 직결된 백신과 부동산, 일자리 문제에서만큼은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국민 삶을 지켜나가길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말 정부의 코로나19용 백신 확보 실패 국회 추궁을 위한 국정조사를 거론한 데 이어 이날 "백신 국회 사절단의 조속한 구성"을 촉구했다.
김 권한대행은 비대위 참석에 앞서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의 같은 당 최승재 의원 국회 앞 천막 농성장을 찾아 코로나19·영업제한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소급입법 촉구에 목소리를 보탰다. 코로나 손실보상법은 소급적용 여부를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4월 임시국회 막바지 처리가 무산됐다. 그는 "(여당에) 손실보상 법안을 적극적으로 '원 포인트'로 처리하는 것을 직접 요구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다른 여야 쟁점인 원 구성 재협상 문제에서도 목소리를 키웠다. 비대위 직후 취재진을 만난 그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제외한 7개 상임위원장직만 논의 가능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민주당은 장물을 돌려줄 의무만 있다"고 각을 세웠다. 여당의 법사위원장직 보유를 거듭 '도둑질'에 빗댄 것이다.
뒤이은 여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에서도 그는 "서로 오랫동안 관습법이었던 운영의 기본 룰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법사위원장 반납 중재를 촉구했다. 그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접견에선 부동산 세제에 따른 국민 고통을 들어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이철희 수석의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을 부각하면서 소통 창구 역할을 요청했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 이 수석을 통해 제안 받았으나 한 차례 거절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은 이날 의제로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김 권한대행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 추경호 의원(재선)을 원내수석부대표로, 50대 초선의 강민국·전주혜 의원을 원내대변인으로 내정해 차기 의원총회서 정식 임명을 앞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전희경 전 의원을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임명해 소위 '우클릭'에 입각한 자강론 노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전 의원은 20대 국회 시절 당내에서 자유·보수주의 이념적 선명성과 전달력을 인정받아 중앙당 및 대선후보 캠프 대변인직에 두루 발탁된 바 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3일 신임 원내대표로서 공식 당무를 개시하기 전 같은 당 최승재 의원의 국회 본관 앞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 촉구'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