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의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이 전년에 비해 62%나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법인의 법인세 납부액 감소율(23%)의 거의 3배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2019년말 시총 상위 50대 기업의 2019년 법인세 납부액은 28조원대였지만 지난해는 10조원대로 급감했다.

특히 시총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납부액이 크게 줄었다. 시총 50대 기업 가운데 무려 32곳(64%)의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2조4622억원으로 전체 기업 중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납부했지만, 2018년~2019년 10조원대 법인세를 낸 것과 비교하면 약 75% 이상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268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지만 2018년 3조4351억원, 2019년 5조983억원에 비하면 납부액이 90% 이상 감소했다.

시총 1~2위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10대 기업 법인세 합계액의 88%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 이 두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이 1년새 12조원 이상 감소하면서 전체 법인세수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시총 상위 50대 기업은 전체 GDP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 전체 매출액이 일부 상위 기업에 쏠려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의 주요 실적에 따라 법인세수 증감폭이 크다.

시총 상위 10대 기업의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은 3조9072억원으로 2019년 17조3078억원 대비 77.4% 감소했다. 상위 10대 기업중 네이버, 삼성SDI, 기아자동차를 제외하고 모두 납부액이 줄었다.

또 지난해 시총 상위 50대 기업 중 법인세 납부액이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한 기업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삼성생명, SK바이오사이언스, 한화솔루션, LG디스플레이, KT, 현대제철 등 10곳에 달했다. 시총 50대 기업 중 한국전력, 넷마블, SK텔레콤, HMM, 한국조선해양, LG디스플레이, 에스오일, KT 등 시총 상위 기업들은 지난해 법인세를 환급받았다. 법인세를 환급받는 경우는 지난해 매출 등 실적 감소로 당기순이익이 낮아져 법인세 산출 기반이 되는 과세표준이 마이너스 상태가 될 때, 또는 과거 누적된 결손금이 이연될 경우 등 전반적으로 기업 경영이 좋지 않을 때 발생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해운업 등 경기가 악화했다. 또 수출 제한 등으로 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기업이 많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부분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아 법인세 자체가 줄었다"면서 "세수 전망을 보면 이월결손금 이월(이연) 영향 등으로 2025년까지 법인세 납부액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69억원의 법인세를 환급받은데 이어 지난해도 37억을 환급받았다. 또 S-Oil은 2018년에 3448억원의 세금을 납부했지만 2019년과 2020년 각각 364억원, 401억원의 세금을 환급받아 2년연속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2464억원, 2317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지만 지난해는 711억원을 환급받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세 수입의 기반이 되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세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우리나라 시총 상위 50대 기업의 절반인 25개 기업이 2019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특히 시총 상위 50대 기업 중 적자(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기업도 9곳에 달했다. 2018년까지 시총 50대 기업 중 16곳이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19년에는 12곳, 지난해는 14곳밖에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다.

시총 상위 50대 기업 가운데 당기순이익이 3년 연속 증가한 기업은 네이버, 셀트리온, LG, KT&G, SK바이오사이언스, 금호석유 등 6곳에 그쳤다. 반면 3년 연속 순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삼성물산, 삼성SDS, 롯데케미칼, 에스오일 등 7곳이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시가총액 상위 50대기업 법인세 납부액· 우리나라 법인세수     (단위:백만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획재정부>
시가총액 상위 50대기업 법인세 납부액· 우리나라 법인세수 (단위:백만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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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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