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1위 삼성총수 부재로 빛바래 반도체 공룡 역대급 투자에 잠잠 수출의존도 높은 국내경제 고려 특별사면에 국민청원까지 '봇물'
이재용(오른쪽 첫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10월 20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상속받으면서, 삼성의 승계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상속세에 기부까지 실천하면서 대를 이은 '사업보국(事業報國)'과 '승어부(勝於父)'의 기반이 마련됐다.
그런데 외부 요인으로 재계 1위 삼성의 총수는 여전히 '부재 중'이다. 반도체 공급대란에 인텔과 TSMC 등 주요 경쟁사들이 역대급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는데 삼성은 잠잠하다.
잡음 없는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각계의 사면 여론은 갈수록 더 끓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K-반도체의 아성을 지키고, 코로나19 경제충격의 조기 회복을 위해 나서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달 31일 삼성가의 삼성 계열사 지분 상속 배분이 공개되면서, 재계에서는 가족간 잡음 없는 안정적 경영승계의 '황금분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2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상속 이후에도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가족 간 화합을 돈독히 하도록 분할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경영체제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4.18%와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등을 남겼다. 이번 상속을 간단히 요약하면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지분은 법정 비율에 따라 이 회장의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3분의 1을 받고,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씩 받았다.
대신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절반(50%)을 받았고, 이 사장이 3분의 1(33.3%), 이 이사장이 6분의 1(16.7%)을 각각 가져갔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삼성생명 8.51%(특별계정 제외), 삼성물산 5.01%, 삼성화재 1.49%(삼성생명이 최대주주), 개인지분 1.63%)의 약 17%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졌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든 이래 이어왔던 '사실상 총수'의 딱지를 확실히 뗐다.
그러면서도 금액 면에서는 홍 전 관장과 이 부회장, 이 사장, 이 이사장이 각각 4조~5조원 대의 지분을 상속 받으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 부회장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분쟁의 여지도 없앴다.
이로써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는 큰 변동 없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총수 자리를 이어받은 이 부회장의 부재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 받고 내년 7월까지 형기를 마쳐야 한다. 지난 2017년 2월부터 1년 간 복역한 적이 있다.문제는 올 들어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직접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의 자국 내 투자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3년 간 1000억 달러(약 112조원)의 설비투자를 공언했고, 인텔은 2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는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전자도 연초부터 미국 내 추가 시설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 정부가 진행 중인 글로벌 공급망 검토 결과가 다음달 나올 예정인 만큼, 그 전에 어떻게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계각층에서는 최근 들어 이 같은 글로벌 벨류체인 재편 움직임과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위시한 경제5단체는 물론 불교계와 성균관,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특별사면 건의, 일부 시민들의 국민청원까지 봇물처럼 이어지는 중이다.한편 삼성가는 최근 이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1조원에 이르는 의료 지원과 함께 국보 14점을 포함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하기로 했고, 일부 부동산도 지자체에 기부하는 등 고인의 사업보국에 대한 뜻을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