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신경성 질환을 앓는 환자가 많아졌다. 그 가운데 소화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의 대다수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능성 위장장애를 앓고 있다. A(여·54)씨도 요즘 음식만 먹으면 윗배가 답답하고 아프며 헛배가 많이 불렀다. 혹 위장에 문제가 있나 싶어 소화기 내과에서 여러 번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았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고민 끝에 지인의 소개를 받고 필자를 찾아왔다.
A씨는 외견상 키가 크고 마른 형이었다. 신경은 예민한 편이었고 특히 조금만 과식하면 꼭 체했다. 손발은 찬 편이었으며, 맥은 무력했다. 심한 스트레스로 위장의 기운이 저하됐을 때 나타나는 기능성 위장 장애로 보고, 침 시술로 위장의 정체된 기혈을 소통시키고 위장과 위점막 혈류개선에 효과가 있는 향사육군자탕(香砂六君子湯)을 투여했다.
후에 증세가 많이 호전됐다. A씨처럼 증상은 있지만 위내시경 검사상 별다른 기질적 이상을 찾을 수 없는 위장병을 기능성 위장 장애라 말한다. 기능성 위장장애는 가장 흔한 상복부 위장관 증상 중 하나이며, 반복되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만성 위장질환이다.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의 1/2 내지 2/3 정도를 차지하는 병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질환이다. 대체로 식사를 하고 나면 통증 보다는 속이 불편하고 더부룩하며, 가스가 차고 메스껍고 복부 팽만감 등 여러 가지 소화기 질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흔히 "체(滯)했다"고 하는 표현은 기능성 위장장애의 대표적인 증세다.
그러나 실제로 위장에 음식물이 정체된 경우는 드물다. 스트레스로 위장의 운동성이 저하된 상태나 위의 염증으로 음식물에 자극을 느끼는 상태를 마치 음식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환자에게는 신경과민이나 불안감, 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와 두통, 어지러움, 손발 저림 등의 증세도 같이 관찰된다.
기능성 위장장애의 감별 진단 핵심은 위나 식도의 궤양, 역류성 식도염, 위암이나 식도암, 담도계통 등 중요 질환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능성 위장 질환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기능성 위장 질환도 식도나 위장, 십이지장, 대장의 궤양으로 진행되기도 하므로 초기에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만약 치료를 게을리하고 자극성 식품을 먹거나 불규칙한 식생활을 계속하면 궤양 부위가 깊어져 신경을 자극하여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단계인 위경련까지 온다.
한의학에서는 기능성 위장장애를 담적(痰積)의 범주로 보고 치료한다. 담적은 독소나 노폐물이 위장에 쌓이는 병을 말한다. 그래서 치료도 위장의 정체된 기혈을 소통시켜 담적을 제거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처방을 주로 쓴다.
위통과 함께 초조, 불면증, 안면홍조, 구내염 증세 등이 나타나면 실증(實症)으로 보아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을 투여한다. 위장의 불편함과 함께 포만감, 식욕부진, 구역, 피로, 권태감 등의 증세가 함께 나타나면 허증(虛症)으로 보아 향사육군자탕(香砂六君子湯)을 투여하는데, 이 처방은 약리기전상 소화관 운동 작용, 위점막 혈류 개선 작용, 식도점막 방벽기능 개선작용에 유용했다는 임상보고가 있다.
위의 운동을 자극하는 혈자리에 침을 맞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복부의 상완(上脘), 중완(中脘), 하완(下脘)혈은 위통을 억제시키는 효능이 있고, 족삼리(足三里)혈의 자극은 위 수축력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위의 활동성을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다.
식생활에서 주의할 점은 담배, 커피, 콜라, 알코올 등과 너무 맵고 쓰거나 단 음식을 피해야 한다. 식후 30분 동안은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과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밀가루 음식, 고지방 음식등 소화에 부담을 주는 식단을 피하고, 유당불내성이 있는 경우에는 유제품 섭취도 제한 해야 된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위산 분비를 증가시켜 위장의 염증을 유발하므로 편안한 마음을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