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속지분 분할배율 미공개 공동보유자로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 당국, 대주주 적격심사 후 분할비율 정할 듯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 재산 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밝혔지만 이 회장 보유 주식의 분할 계획을 공개하지 않아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명의 유족이 공유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등으로, 해당주식의 시가는 현재 기준 대략 24조원에 달해 해당 지분이 누구에게로 향하느냐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가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
삼성 일가의 지분 배분은 현재 삼성 총수인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 삼성물산이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순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을 17.48%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각각 0.06%, 0.7%에 그친다.
이 때문에 유산을 법정 비율대로 분할하기보다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분을 몰아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생명 지분은 유족이 골고루 나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분을 취득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개정안 통과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5.51%를 팔아 총자산의 3%로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 고리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 일가가 지난 26일 제출한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이 주목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은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냈지만 개인별 지분 배분은 특정하지 않았다. 삼성생명 상속주식 20.76%에 대해 공동보유자 형태로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한 것이다.
공동보유자 형태로 신청한 만큼 이 부회장이 지속 전량을 상속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변수는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의 대주주 적격성 통과 여부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생명 지분 0.06% 취득 당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신분으로 이미 적격성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별도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물론 유족 간 상속재산 분할 비율이 결정되지 않더라도 유족 중 누구든지 상속세 총액만 날짜 안에 납부하면 되는 만큼 지분 분할 내용 공개 시점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법정 구속되면서 유족들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현재 수감 중인데다 재판까지 받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지분 분할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이 제출된 만큼 금융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대주주 변경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기자 ksh@dt.co.kr